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해운 공룡' 머스크, 현대-대우 합병 촉각‥"가격협상력 하락" 우려

최종수정 2019.03.22 17:26 기사입력 2019.03.22 17:26

댓글쓰기

조선 경쟁당국, 양사 합병 시 시장 점유율 등 독과점 주목
해운사, 가격 협상력 떨어질까 우려

[아시아경제 국제경제팀 기자] 전 세계 조선업계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해운 공룡' 머스크도 이들 합병 승인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해운사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AP 몰러-머스크가 세계 1, 2위 조선사 합병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양사 합병 시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점유율은 60% 가까이 돼 주요 고객인 정기선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머스크는 양사 합병 시 야드 통합으로 인한 건조 능력과 가격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빅2' 조선사의 최대 야드 합병으로 건조 기술력 확보는 물론 선가 인상 등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까 하는 우려에서다.


머스크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이들의 잠재적인 합병이 선주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및 지속적인 관심 등 규제 프로세스를 준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병 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이 머스크그룹의 주요 선박 공급업체라는 이유도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1년 머스크로부터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동시 수주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를 여는가 하면 이후 머스크드릴링으로부터 대형 잭업리그를 수주하는 등 꾸준히 수주 인연을 이어왔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은 지난 8일 본계약 체결 후 국내외 독과점 심사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EU와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30여 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해 험로가 예상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견제 포문을 연 건 유럽이다.


유럽 경쟁 당국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경쟁을 제한한다면 합병을 승인하지 않겠다며 합병 불허 여지를 남긴 셈이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인수합병(M&A)가 도산을 막을 수 있는지 검토하겠지만 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며 "우선적인 기준은 경쟁 제한성 여부"라고 말했다.


결합 심사 가능성이 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보이며 엄격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EU 경쟁총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우리가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M&A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며 "M&A가 성사되지 않으면 파산하는 경우도 심사 기준에 포함된다. 이 경우 파산에 따른 가격 변동 등으로 소비자가 입는 피해를 집중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럽이 국내 조선사 합병에 민감한 이유는 합병에 영향을 받게 될 선주들이 대거 유럽 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유럽 선주들은 한국 조선업계의 '큰손'이라 불릴 정도로 발주량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을 통해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가진 조선사로 탄생함으로써 이들이 가격협상력을 잃을까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럽과 달리 국내는 합병에 있어 긍정적인 분위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경쟁당국보다 한국 공정위가 가장 먼저 결론을 낼 것"이라며 "다른 당국들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가 승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다른 국가 경쟁당국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 견제를 넘어서더라도 일본과 중국 등 조선 경쟁국에서의 결합 심사에 태클을 걸 가능성이 남아있어 이 또한 해결과제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결합 심사 승인 여부는 경쟁당국들이 시장 경쟁 훼손 여부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0여 년 동안 세계에서 많은 조선소가 도산한 만큼 글로벌 경쟁 격화, 경쟁자의 신규 진입, 강력한 발주처의 존재 등은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다음 달 초 인수합병을 위한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