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알제리를 20년간 집권해온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82세 고령의 나이에 스위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다음달 5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딛혔다. 반발이 확산되자 그는 재선하더라도 정치 개혁 등을 위해 1년만 임기를 지낸 뒤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방송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시위자들의 진심어린 함성을 들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성명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5선 도전을 발표한 이후 알제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흘간 이어진 뒤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다음달 18일 진행될 예정인 대선에서 재선이 되더라도 정치 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자신은 참여하지 않는 2차 대선 일정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새 공화국의 탄생화 새로운 알제리 정치 시스템을 알리는 새로운 헌법을 채택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절차가 모두 1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올해 82세 고령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현재 스위스 제네바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999년 처음 대선에서 당선된 그는 2013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14년 4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치료를 받느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대선에 나오겠다고 밝히자 알제리 내에서는 큰 반발이 일었다.
지난 1일 알제리 전역에서는 수만명의 알제리인들이 거리로 나와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대선 출마 중단과 대통령직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한 주요 외신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알제리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집회라고 설명했다. 이틀 뒤인 3일에는 알제리 수도인 알제에 수천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도 알제리인 6000명이 모여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5선 도전을 가장 반대하고 있는 집단은 알제리 청년들이다. 25%가 넘는 실업률에 만성 부패와 경제 개혁 부족 등을 이유로 30대 이하 청년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알제리 대선에는 6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알제리법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는 6만명의 서명을 받아서 제출해야한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알제로 돌아와 직접 이 서류를 제출할 수 있을 지를 놓고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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