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서류 '화장실 깔개'로 쓴 법원…"수년째 반복된 일" 증언 나와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최호경 수습기자] 서울의 한 법원이 민원인의 신상 정보가 담긴 서류를 누구나 사용하는 화장실의 청소용품으로 '재활용' 해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 같은 문서유출이 수년에 걸쳐 이뤄졌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본지 2월14일자 10면 '민원인 진료기록ㆍ인감증명…화장실 깔개로 쓴 법원' 기사 참조)


서울북부지방법원의 청소 용역업체 관계자는 27일 "최소한 8년 전부터 화장실 휴지통 바닥에 법원 사무실 서류 종이를 깔았다"며 “누군가 따로 지시한 적은 없었으며 휴지통이 금세 더러워지는 탓에 별 생각 없이 두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원 다른 관계자들의 증언까지 종합하면, 재판 관련 서류들은 화장실 청소 등에 오랜 기간 사용돼 온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로 민원인들이 찾는 민원동을 중심으로 2년 넘게 서류를 깔개로 사용해왔다"면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없었는데 기사가 나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문서 유출을 지적한 아시아경제에 “각 층마다 파쇄 할 서류를 창고에 모아뒀는데 청소 노동자들이 버리는 종이인줄 알고 여기서 서류를 빼 사용해온 것 같다”면서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서류도 일부 있었다”고 해명했다.


버릴 서류를 분류해서 창고 등에 모아뒀다가 일정량이 되면 파쇄 업체를 불러 한 번에 처리해왔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사무실마다 파쇄기가 있긴 하지만 취급하는 서류의 양이 방대한 탓에 그때그때 파쇄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현재 법원은 민원동과 법정동에 있는 화장실 내 휴지통을 대부분 없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서류 유출 경위에 대해선 “사무실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서류들을 지하 창고나 청소도구함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고 증언했다. 법원의 설명과 일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AD

그러나 재판 관련 서류가 수년 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을 '청소 노동자들의 착각'으로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문서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법원 직원이나 판사 등 법조인 역시 화장실에서 재판 서류를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알아서 잘할 거라고만 믿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지 누가 알겠느냐"며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교육을 했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최호경 수습기자 ch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