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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잡힌 저작권생태계②]"뻥튀기 자료로 24억" 대책없는 음저협

최종수정 2019.02.17 08:30 기사입력 2019.02.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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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작권協 "허위자료제출 회원 사기죄 고소"
"음악 119만번 썼다"..실제 검증하니 7만번 불과
예산·인력부족 주장하나 성과급·회의비로 수십억 펑펑

"창작자의 의욕을 고취하려면 저작권 이용에 대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저작물 이용에 대한 미분배 보상금을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도록 공적관리를 강화해야 한다."('2017 저작권백서' 가운데 일부)


공정한 저작권 환경이 갖춰진다고 곧바로 문화산업이 활성화되진 않는다. 그러나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거나 저작물 이용이 원활치 못한 환경에 있다면 문화산업 활성화는 이룰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핵심저작권산업 가운데 하나인 음악분야의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를 둘러싸고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잡음은 우리 문화산업이 한발 더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는 요소다. 창작자가 믿고 맡긴 권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불거진 주요 신탁단체의 현안을 짚어봤다.

[발목잡힌 저작권생태계②]"뻥튀기 자료로 24억" 대책없는 음저협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내 최대 규모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로 꼽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지난해 6월 회원 11명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음저협은 3만명이 넘는(2018년 말 기준) 작사ㆍ작곡가 등 저작권자를 회원으로 둔 단체로 최근 아이돌그룹 멤버인 지코ㆍ용준형 등이 정회원으로 승격한 그 단체다. 음악 저작물을 쓰는 데 대한 대가로 사용료 등을 일괄적으로 받아 각 회원에게 나눠주는 게 협회의 주 업무다. 저작자가 저작권을 맡겨(신탁) 그 권리를 대행하는 구조인데, 왜 소속 회원을 고소했을까.


사연은 이렇다. 고소장에 따르면 회원 11명은 주로 주제ㆍ배경ㆍ시그널음악, 이른바 '주배시' 음악 저작권자로 지난 2015~2017년 사이 2년 6개월에 걸쳐 자신들의 음악이 119만번 사용됐다며 사용료를 신청했다. 방송사가 음악을 쓰면 사전에 협의된 계약에 따라 매출의 일정부분을 음저협에 지불한다. 음악을 쓸 때마가 저작권자와 협의하고 비용을 줄 수 없어 신탁단체를 통해 일정 기간 사용횟수 등을 감안해 회원에게 정산하는 구조다.


119만번 사용했다는 근거는 음악감독 등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전문업체 용역을 통해 실상을 따져보니 실제 쓴 건 7만번에 불과했다. 음저협이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를 검증할 시스템이 없다보니 실제 쓴 것과 다른 터무니없는 자료를 제시해도 걸러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배시 음악의 경우 음악감독이 직접 만들고 방송에서 쓰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사용자와 저작권자가 같은 인물이란 얘기다. 다르더라도 서로 동의 하에 부풀려 사용한 것처럼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이렇게 허위자료를 통해 가져간 금액이 24억원 정도. 단순 산술로 따지면 1억원 남짓만 가져가야 하는데 20배가량 더 가져갔다. 방송사가 음저협에 주는 사용료는 일정하게 정해지는데, 이는 곧 이들이 더 가져간 금액만큼 다른 저작권자가 덜 받게 되는 셈이다. 불투명한 수익배분은 저작권산업계 해묵은 이슈인데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발목잡힌 저작권생태계②]"뻥튀기 자료로 24억" 대책없는 음저협


업계에선 그간 이 같은 과다청구가 빈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측은 이에 대해 "권리자가 제출한 큐시트(음악사용기록) 중심으로 분배하거나 그 외에 관련규정에 따라 분배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차원에서 허위자료를 검증할 시스템을 갖춰야함에도 따로 예산이나 인력을 편성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업무점검에 나섰을 당시 음저협 분배업무는 9명이 전부였다.


관리수수료 명목으로 음저협이 연간 거두는 수입이 170억원이 넘는 점, 이밖에도 연간 협회 회의비나 홍보비ㆍ리모델링 등 부수적인 지출로 연간 수십억원을 쓰는 감안하면 음저협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음저협은 지난해 초 전임 윤명선 회장이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면서 성과급으로 4억3000만원을 줬고, 임직원이 제주에서 워크숍을 한다면서 2억원 정도를 썼다.


특히 전임 회장에 대한 성과급은 원래 없던 제도인데 윤 전 회장이 재직하던 2017년 중반 규정을 만들어 퇴임 직후 집행됐다. 재임기간 협회의 당기순손실이 6억원에서 28억원으로 협회 살림이 나빠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세금을 포함해 2억3000만원가량을 받았고 2억원은 회원 400명에 대한 건강검진 기부금으로 쓴 것으로 점검 결과 드러났다. 검진대상자 400명도 따로 기준을 둔 건 아니고 윤 전 회장이 정ㆍ준회원 가운데 특정인을 뽑아 명단을 작성해 병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몫으로 돌아가야할 수입이 일부 협회 간부진의 쌈짓돈처럼 쓰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허투루 돈을 쓰면서도 정작 신탁단체 본연의 업무인 분배문제를 도외시한 점 역시 이번 점검에서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저협 측에 방송음악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과다ㆍ허위 분배신청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 분배업무에 반영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렸다. 고소건은 수사결과에 따라 재분배하고, 성과급제도는 그대로 둘지 다시 검토해 보고하라고 행정조치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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