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韓상륙 20년] "본질은 사모펀드…기업에도 방어권 필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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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와 한진그룹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기업들의 적극적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한국 상륙 20년 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건전한 감시ㆍ견제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사모펀드의 내심은… = KCGI는 단순한 배당금 확대, 시세차익 대신 적극적 경영 참여로 기업 및 주식 가치의 상승을 추구해 온 종전의 행동주의 펀드와 닮았다. KCGI가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직접 겨냥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것도 전형적인 행동주의 펀드의 방식이다.

전문가들도 KCGI가 기업의 영속성 보단 차익실현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명분은 좋지만, 사모펀드는 타인의 자본을 통해 특정 기간 수익률을 내야 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ㆍ발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산업계의 문제는 경영권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이 아니라 (오너가) 경영권을 전횡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오너 일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한 적극적인 주주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방어권 필요 = 전문가들은 기업에도 방어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KCGI가 한진칼 지분(10.81%)을 매입할 때 까지 재계 서열 14위의 한진그룹이 뾰족한 대응 방법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무방비 상태에 처했다는 이유에서다. 양 교수는 "사모펀드가 일부 국내 금융투자업계 인사들과 결탁하면 남의 돈을 모아 기업을 쉽게 흔들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는 것이 문제"라며 "투기붐을 일으켰다가 (차익을 실현하면) 빠지는 양태가 계속되면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에도 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재계를 중심으론 포이즌 필(poison pill), 차등의결권 제도 등이 거론된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또는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은 지배주주에게 보통주 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총수일가 역시 적은 지분으로 거대한 기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을 통해 갑(甲)질과 탈법 행위를 벌여왔다"면서 "기본적으로 경영권 분쟁은 자본주의에서 통용되는 시장원리 중 하나로, 이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개입 논란 = 국민연금이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민간 기관투자자들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반성 하에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라며 "국민연금이 국민이 위탁한 돈을 두고 주인행세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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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발언과 능동적 행동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라며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롭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중ㆍ장기적으론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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