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강제동원 피해지원, 日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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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30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또는 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일본 기업 배상확정 판결 이후 악화일로에 놓인 한일관계가 레이더 갈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시계(視界) 제로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 과거사 문제 관련 청구권협정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여기는 일본은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이 우리 측에 있다는 인식하에 우리 정부가 수습책을 마련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과도한 반응을 비판하고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관계 회복을 위한 '처방전'은 대법원 판결 후 두 달 보름이 지나도록 내놓지 않고 있다.


10ㆍ30 대법원 판결은 일제의 우리 국민 강제동원이 반인도적 불법행위이며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필요함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가 청구권협정에 의한 해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가해 일본 기업이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상황이 어려워지고 말았다. 국내 사법적 판단이 50년 이상 한일 관계의 근간이 돼온 국가 간 조약의 효력을 무용화함으로써 조약 상대국인 일본의 반발과 함께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배상을 인정했지만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구제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판결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가해 기업의 국내 보유 주식에 대한 압류조치를 법원이 허가함으로써 배상의 길이 열린 것으로는 보이나 주식 처분 과정에서 어떤 장애가 숨어있을지 알 수 없다. 10ㆍ30 판결에 이어 제2, 제3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후속 판결에 따른 피해자 구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가해 기업들이 우리 국내에 있는 자산 처분 또는 본국 이전 등 철저한 방어책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연로한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실효적 방책은 우리 정부가 이들에게 보상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피해자 지원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거는 충분하다. 일본과 청구권 교섭 시 우리 대표단은 일본이 목돈을 내면 강제동원 피해자 개개인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알아서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1975~1977년 실시한 민간청구권 보상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사망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 2005년 8월 한일회담 외교문서 공개 후 우리 정부는 청구권 무상자금에는 강제동원 피해 보상분이 포함돼있으며 1970년대 보상이 미흡했기에 추가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점에 비춰 그간 정부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지원은 얼마든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일본 정부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로 규정 지어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함에 따라 우리 정부 예산으로 일정액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강제동원 피해도 위안부 피해와 동일한 성격의 피해로 규정된 만큼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 측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도 우리 정부가 지원함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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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방식과 액수는 다른 예를 참고로 하면서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포스코, 도로공사 등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이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나누어 부담한다면 세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피해자 지원으로 한일관계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 지원에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일본과 협의하면 된다. 일본 기업이 참여하면 대법원의 판결도 존중받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유의상 식민과냉전연구회 이사 前 외교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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