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을지면옥'의 모습.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계획에 따라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본격화되면서 을지면옥, 을지다방 등 일명 노포들이 철거 위기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와 자신의 SNS를 통해 재개발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서울시가 을지면옥·양미옥 등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로 일대 오래된 가게와 공구상사거리 등을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적 요건이 갖춰졌다고 해서 강제 철거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해당 점포가 포함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일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이 기간 사업시행인가 등 정비 사업 행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토지주 등의 반발은 서울시와 중구청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 말 철거를 시작한 세운 3-1,4,5구역은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한다.
◆세운 3-1,4,5구역 등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인 지역은?
-전에 있는(기존) 계획대로 추진될 예정이다.
◆생활유산 기준은?
-생활유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시설, 기술, 업소 등이나 생활 모습, 이야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말한다. 서울시는 문화재가 아니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은 생활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오래된 가게나 역사·전통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은 2015년 정해진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 실태조사를 거쳐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에선 을지면옥·을지다방·양미옥·조선옥 등이 지정돼 있다.
-생활유산은 강제로 지정·보존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 참여가 원칙이다. 일단 을지면옥·양미옥은 재개발 강제 철거를 소송을 통해 반대하고 있다. 정비사업 행정 절차 과정에서 강제 철거 예방을 할 수 있다. 관리처분인가 등에서 (이들 생활유산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을 부여하는 등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사업 구역에 포함된 곳에 대해서는 (올해 말)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연말까지 다른 지역들도 어떻게 하는 게 더 나은 건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다양한 민원을 받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조사는 중구청에서 하고 있다. 을지면옥은 토지 소유주이면서 영업도 하고 있다. 소송까지 하면서 도시환경정비구역에 포함된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양미옥은 세입자인데 토지소유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생활유산 등에 대한 강제 철거를 방지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조선옥은 처음에는 개발사업에 대해 찬성 입장이었는데 명확하지가 않아서 정확한 의견 들어 봐야 한다.
◆연말까진 그냥 둔다는 건가?
-생활유산에 포함된 지역에 대해선 이해관계자 간 협의할 예정이다. 오래된 가게 뿐만 아니라 도심전통산업 등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들은 다시 재정비촉진계획 등 법정 계획을 정비할 계획이다.
◆생활유산 보존 등에 대한 대책이 왜 진작 나오지 않았는지.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수립 당시에는 2009년 계획에 대한 문제를 먼저 해결했다. 산업 생태계 훼손, 일괄 철거로 인한 물길 등 변화, 옛 도시 없어지는 부분에 대한 문제, 과도한 주민 부담 등이 우선 해결 과제였다. 공간 계획적으로는 구체적으로 사업 단위를 쪼개고 물길 보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015년 생활유산 지정이 있었으나 향후 보존하겠다는 천명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그간 을지로 일대 도시재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업 생태계와 사회 흐름 등도 많이 바뀌었다. 2015년엔 역사도심기본계획에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좀 더 구체화되려면 세부 계획에 포함 시켜야 한다. 생활유산이나 도심 생태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보존할 것인지 등에 대해 재검토하려고 한다. 세운상가 지역은 낙후되고 빈 가게도 많고 위험한 지역도 있지만 (이들 구역 중) 일부는 커피한약방이나 을지로 노가리 골목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곳도 있다. 2014년에 생각지 못했던 빠른 변화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의견 듣고 계획 재정립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업 지연에 따라 손실 보는 이들에 대한 대안은.
-반발도 있지만 정비사업 진행을 위해선 여러 절차가 있다. 그분들과 소송도 할 수 있고 조치도 할 수 있지만 중구청과 공동 대응하겠다. 생활 유산 부분이 법적 요건에 맞다고 해서 강제 철거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큰 원칙이다. 토지 소유주와 상인,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 등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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