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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연주를 위한 튜닝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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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눈부시게 동 터온 새해 아침을 우리는 '희망의 합창'으로 맞이했다. 지난해에는 부끄러운 과거로부터 유래한 '적폐의 비가(悲歌)'가 우리를 낙담케 했다. 그러나 올해는 자랑스러운 미래를 향한 희망을 노래하는 합창과 협주곡이 도처에서 연주되기를 앙망(仰望)한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들이 정치를 리드하는 연주자들의 기본적인 자질과 철학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증폭시킨다. 그러나 '함께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연주해가야만 한다는 선량한 국민의 희망을 결코 좌절시켜서는 안 된다.

협주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기에 앞서 개별 악기의 음을 표준음에 맞춰 조절하고 조율하는 것을 튜닝(tuning)이라고 한다. 모든 악기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현(絃)이나 면(面)이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현악기는 물론이거니와 피아노와 드럼도 튜닝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 연주 시작 전에 오보에가 '라(Ra)' 음을 불어주고, 그 음에 맞춰 악장이 튜닝하고, 그다음에 연주자가 각각의 악기들을 튜닝한다.
튜닝은 '중용(中庸)' 개념과 상통한다. 동양에서는 중용이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을 뜻하며, 서양에서는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지나침과 모자람이 아닌 올바른 중간을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용이라는 덕의 양극단에는 모자람에서 오는 비겁함과 지나침에서 오는 무모함이라는 악덕이 있다. 중용의 덕을 우리의 것으로 전유(專有)하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옳은 행동이 습관이 될 때까지 규칙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선물로 주어진 한 해를 새롭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악기를 튜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창(窓)인 '마음의 튜닝'이 필요하다. 눈과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지나친 분노와 증오심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흑백논리와 편 가르기로 기울어진 마음에서 통 큰 포용과 연민의 마음으로 조율될 필요가 있다. 타인들에게 고통과 불이익을 주는 '남의 적폐'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내 안의 적폐'를 발견하고 청산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동일한 조건만 주어진다면 우리는 대개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적폐를 저지를 수 있는 '악의 평범성'을 지니고 있는 가련한 군상(群像)이다.

다음으로 '몸의 튜닝'이 필요하다. 모든 기계와 도구는 매뉴얼대로 사용돼야만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몸은 '내 안의 자연'이기에 자연의 법칙에 맞춰 조율돼 있어야만 한다. 또한 '습관의 튜닝'이 필요하다. 고착화된 잘못된 생활습관을 조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식습관, 수면 습관, 언어 습관, 소비 습관, 흡연 습관, 음주 습관, 운전 습관, 시간 관리 습관 등이다. 습관의 변화 없이는 나를 새롭게 변혁시킬 수 없기에 '잘못된 습관과의 전쟁'이 필요하다.
개인뿐만 아니라 각 기관과 나라도 새해를 경영하기에 앞서 튜닝을 제대로 해야만 한다. 비록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의 기조(基調)'가 명품 악기라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연주되는 현시점에서 제대로 튜닝돼 있지 않다면 계속 불협화음과 소음을 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불협화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른바 정치적 근본주의를 넘어서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성장과 분배'라는 두 날개가 현실에 맞게 조율돼야만 한다. 모름지기 새해에는 정치에 필요한 제반 악기들을 새롭게 튜닝해 국민에게 삶에의 의욕과 희망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랑의 찬가(讚歌)'를 연주할 수 있길 기대한다.

강학순 안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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