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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학대 못 걸러내는 ‘아동방임’ 분류…보호기관 개입 거부해도 조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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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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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친모의 학대로 4살 여아 A양이 숨진 가운데 아동보호기관에서 사망 전날 가정방문을 시도했으나 학대 가해자인 친모의 거부로 방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관찰 대상 가정이었던 탓에 보호기관이 허술하게 관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숨진 A양 가정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 2017년 5월 처음 접수됐다. 당시 A양를 포함한 삼 남매는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했고, 1년 만에 가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친모의 방임과 친부의 학대 의심 신고가 두 차례나 추가 접수됐다. 친부는 물리적 학대 정황이 확인돼 삼 남매에게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친모는 ‘방임’으로 분류돼 적극적인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이 가정을 관찰 대상으로 분류했고,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걸쳐 가정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친모의 거부로 가정 방문은 매번 무산됐고, 그러다 결국 A양이 사망했다. A양의 친모가 보호기관의 가정방문을 거부할 수 있었던 건 방임 단계에서는 보호기관의 개입을 거부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호기관은 관찰 대상 가정을 관리해야 하지만, 아동 보호자가 거부해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한계로 지적된다.

아동방임으로 분류된 가정 내 아동학대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지난 2001년 2000여 건에 불과했던 아동방임은 지난 2015년 1만8700여건까지 증가했다. 지난 2014년 아동학대 사망사건 17건 중 아동방임 사고로 분류된 사건은 4건에 달했다. 대다수 피해 아동들이 단순 방임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가해 부모가 있는 원(原)가정에서 지내면서 학대, 사망사고도 함께 늘고 있는 것이다. 한 해에 발생한 아동학대 2만3000여건 중 1만7000여건은 부모가 가해자였다. 이 중 80%는 가해 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으며, 시설이나 친인척 등에 분리된 비율은 고작 18.7%였다.
전문가들은 아동방임으로 분류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6년 국회에서는 학대 위험이 있는 아동 보호자의 상담·치료를 의무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방임을 포함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에 따라 무산됐다.

선진국에서는 아동방임을 가장 심각한 아동학대 중 하나로 규정한다. 미국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차에서 혼자 기다리게 하거나, 아이 홀로 하교를 시키는 등의 행위조차 아동방임으로 본다. 처벌도 매우 엄격한데, 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는 최대 30년 징역형을 내릴 수 있고, 법원이 가해 부모의 양육권까지 박탈할 수 있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아동방임과 관련한 조치와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국민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한 한 청원자는 "현재 아동복지법은 4살 아이가 죽어가도록 방치한 악법"이라며 "모든 아이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 수 있도록 보호해 달라"고 말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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