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드라이비트 등 대형 참사 부른 장면 4가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를 외벽 마감재로 사용했다는 것과 △미로 같은 건물 내부 구조, △필로티 구조물, △골든타임을 놓친 초동 대처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① 가연성이 크고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드라이비트’
소방당국에 따르면 21일 오후 스포츠센터 1층에 세워둔 차량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치솟은 불길은 2층의 간판으로 번지면서 삽시간에 확산했다. 이처럼 불길이 삽시간에 번질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건물 마감재로 사용된 ‘드라이비트’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이다. 돌로 외벽을 공사할 때보다 비용이 50%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가연성이 커 화재에 취약하고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물질로 구성돼 있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방재학회장 역임)은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제천 화재와 관련, “드라이비트와 같은 가연성이 있는 마감재에 대한 문제는 계속 돼 왔다”면서 “2010년 10월에 부산 해운대 아파트 화재가 일어났을 때도 그랬고,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그랬다. 또 세계적으로는 런던 아파트 화재가 2017년, 올해 난 거 아니냐. 그때도 문제가 됐는데도 여기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드라이비트 소재의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불이 퍼져나갔다. 이 불로 인해 5명이 숨졌고, 125명이 다쳤다.
지난 6월14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원인의 경우 불에 잘 타는 싸구려 단열재 사용이 원인이었다. 이날 새벽 1시께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 4층에서 냉장고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고, 이 화재는 단 15분 만에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전체를 뒤덮었다. 이 불로 인해 결국 사망자 79명, 부상자 18명을 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29명의 사망자를 낸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22일 오전 소방대원들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재수색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② 미로 같은 구조…탈출로가 완전히 봉쇄된 셈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로 스포츠센터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하고 통로가 좁아 제대로 탈출을 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건물은 1층 주차장, 2·3층 목욕탕, 4∼7층 헬스클럽, 8층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는 복합건물로 구조가 복잡하고 유독가스가 빠지기 힘든 구조여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 작업에 나섰던 일부 소방관들은 “미로 같은 내부 구조 때문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한 매체를 통해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 앞 주차 차량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 문제다. 탈출로가 완전히 봉쇄된 셈”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평소 사우나를 이용할 때마다 불이 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③ 화마, 필로티 구조물에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입
화재 목격자들은 “주차장 건물 모서리 간판에 불이 붙더니 2층 간판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펑’ 하는 소리가 3∼4번 나면서 불이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위로 번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1층이 필로티 구조로 된 이 건물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과 연기가 2층에서 내려오는 통로를 막아 인명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2일 오전 ‘신율의 출발 새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로티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이 문제고, 두 번째는 필로티 구조에서 2층으로 바로 불이 올라가는 이런 통로 역할을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통로 밑에 필로티 구조 면이 넓은 구조로 돼 있고, 그것이 계단은 좁은 구조로 되니까 불이 나면 (불길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입이 된다”며 “필로티 구조는 사실 지진 때도 우리가 취약하다는 게 밝혀졌지만, 의정부 화재사건 때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설명했다.
④ 초동 대처 미흡…놓쳐버린 골든타임
소방당국은 신고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스포츠센터 주변 주정차 차량이 많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현장에 1대 밖에 없었던 굴절차는 한때 사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사건 현장 주변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넘게 건물 안에 갇혔던 사람이 외부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결국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족 류모(59)씨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씨는 “사우나 안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유리창을 깨기 위해서 필사의 몸부림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는 물만 뿌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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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소방·구조 인력이 건물 2층에 진입한 것은 현장 도착 30∼40분 뒤였다. 이때는 이미 20명이 화마에 휩싸여 사망한 뒤 였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는 1층의 차량이 불타고, 주변의 LP가스가 폭발할 위험이 있는 데다 연기 등으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2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후속 대책 등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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