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사우디 왕세자, 중동을 뒤흔들었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아랍의 봄' 이후 7년 만에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의 피살,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와 번복,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갑작스러운 반부패 운동,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결정 등 굵직한 사건들이 쏟아졌다. 일련의 사건 이면에서는 중동 지역에 새로운 힘의 질서를 구현하려는 '거대한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지역에 굵직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32)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내적으로는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벌여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부패라는 잣대를 들이밀어 경쟁자였던 왕자들의 정치ㆍ경제적 권력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사우디의 군, 경찰, 국가방위군 등 모든 무장력은 이제 빈 살만 왕세자의 손에 들어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왕자들의 권력뿐 아니라 재력까지 노리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부패 혐의로 체포된 왕자와 기업인들을 호텔 등에 연금한 뒤 이들의 재산 환수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유가 하락으로 텅텅 빈 국고를 채우는 한편 극심한 부패에 시달렸던 사우디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사우디 국방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이슬람반테러동맹(IMCTC)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니파를 중심으로 하는 IMCTC는 사우디를 정점에 둔 군사동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사우디는 예멘,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중동 곳곳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맞서고 있다. 실제 사우디는 중동 곳곳에서 이란과 맞서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약진 흐름을 보이는 이란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000일을 넘는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예멘에 사우디가 깊숙이 간여하는 것은 반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멘은 이미 내전으로 국토가 황폐해지고 기근과 전염병이 곳곳에 만연했지만 사우디는 예멘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더욱이 19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이 리야드 왕궁을 향해 쏜 미사일을 계기로 예멘에 대한 군사적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이란이 후티 반군에 미사일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정부군은 이란이, 반군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카타르에 대해서도 수니파 중동 국가들이 왕따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이 나라가 최근 친이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레바논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리리 총리의 사퇴를 두고 이 지역 내 긴장감이 높았던 것은 사우디가 레바논에서 이란과의 대리전을 전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처럼 사우디 국내는 물론 중동 전체 판도에 적극적인 것은 단지 그가 젊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과 해외 언론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공세적 행보에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의 파트너십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쿠슈너 선임고문은 일괄 패키지 형태의 중동 평화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사우디와의 협력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들고, 이슬람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상화하며,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사우디 개혁을 진행하고, 이란을 견제하는 내용의 중동 평화 구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의 평화를 확보하는 한편 이란을 견제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우디에서 정변 수준의 반부패 운동이 벌어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살만 왕(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빈 살만 왕세자)를 매우 신뢰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한 뒤 중동 정세가 반(反)미, 반(反)이스라엘로 돌아섬에 따라 사우디와 미국의 파트너십이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커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