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중립성 폐기 카운트다운…글로벌 ICT생태계 초긴장
14일 미국 FCC 망중립성 폐기 표결, 통과 확실시
중소ICT업체 “통신사가 절대권력 쥔다” 결사반대
“법원서 뒤집힐 것”…민주당·시민단체, 소송전 예고
망중립성 유지 기조, 한국도 파장 촉각…“지켜볼 것”
이통사들 “5G시대 대비한 망중립성 완화 절실하다”
망중립성을 고속도로에 비유한 사진. 오른쪽 고속도로가 망중립성이 사라진 모습이다. 통신사는 돈을 더 받는 대가로 일부 플랫폼사업자에게 더 빠르고 쾌적한 인터넷 접속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말 것인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4일(현지시간) '망중립성(Net Neutrality)' 폐기 여부를 표결한다. 폐기가 확정되면 전 세계 ICT산업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도 망중립성 완화 추세 동참할까= 망중립성이란 미국 AT&T나 한국 KT 같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특정 웹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감속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대원칙이다. 특정이용자가 VIP라는 이유로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제공하거나 접속 우선권도 부여할 수 없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네이버 등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차별없이 같은 인터넷 속도를 보장해야 한다. 네이버가 트래픽을 많이 쓴다는 이유로 KT가 망 사용료를 더 내라고 할 수 없는 식이다.
이 같은 원칙은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2015년 제정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2년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FCC는 5명의 위원 중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이 공화당 인사다. 표결시 3대 2로 통과가 거의 확실시 된다.
미국의 ICT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FCC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미국 및 해외 망중립성 정책과 한국의 망중립성 정책' 설명 간담회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6일 방통위 정책방향 설명회에서 '사견'이란 전제를 깔고 "트래픽 과도하게 유발하는 업체(콘텐츠사업자)에게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묘한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FCC가 망중립성을 뒤집는다 하더라도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당분간 해외 동향을 살펴볼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유지도 폐지도 각각의 명분이 있는 만큼, 한국 상황에 맞게 합리적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장은 "데이터인프라 고도화를 위해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를 강화하고, 동시에 인터넷기반 콘텐츠 서비스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절충하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뒤집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사진은 아짓 파이 FCC 위원장.
원본보기 아이콘◆美 표결ㆍ소송ㆍ판결 등 일대 혼란 불가피 = 미국 상황은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스타트업 연합체인 미국인터넷협회는 아짓 파이 FCC위원장에게 "망중립성 원칙을 수호하는 2015년 '오픈인터넷 규칙'을 유지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망중립성이 폐기되면 미국에서는 더이상 스타트업이 글로벌 ICT 기업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호소가 묻어있다.
뉴욕타임스도 "AT&T(미국 이통사)나 컴캐스트(미국 케이블업체) 같은 회사가 특정 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접근에 더 많은 이용료를 부과하고 경쟁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28명과 시민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EF)은 FCC에 표결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FCC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못박았다.
망중립성 폐기안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즉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소송전을 예고하고 나섰는데, 연방항소법원에서 FCC 결정이 뒤집힐 것이란 기대감이다.
망중립성 개념을 제시한 팀 우 콜롬비아대 교수는 "2015년 망중립성 원칙을 스스로 통과시킨 FCC가 불과 2년만에 이 원칙을 뒤집는다는 것은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하며 따라서 법원에서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도 "망중립성을 죽이려는 FCC의 잘못된 결정을 법원과 의회가 바로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G 시대 앞둔 이통사 VS 콘텐츠업계 기싸움 형국 = 통신사들은 망중립성 완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5G시대를 앞두고 사물인터넷ㆍ증강현실ㆍ초고화질 콘텐츠 등 트래픽 증가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네트워크 설비 투자는 이통사가 모두 부담하는데, 콘텐츠 업체들은 소위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플랫폼 업체와는 수익 배분ㆍ망투자비 분담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이통사는 5G 네트워크를 깔고, 플랫폼ㆍ콘텐츠 업체들도 5G 네트워크에 올라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구글ㆍ페이스북ㆍ아마존ㆍ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이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망중립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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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망중립성이 폐지된 상황에서 통신사는 콘텐츠ㆍ플랫폼 사업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성장하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
또 통신사는 트래픽이 많은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전용 상품도 내놓을 수 있다. 가령 '월정액 동영상(넷플릭스ㆍ유튜브) 패키지', 'SNS(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 패키지' 등이다. 통신사가 정하는 패키지 정책에 따라 콘텐츠업체의 명줄이 잡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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