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酒무죄 무酒유죄]얻어맞는 경찰·소방…주취사범 70%는 '재범자'
'주취감형' 논란 속
공무집행사범 74.4% 술 취해 범행
전과 16범 이상 '상습범' 5명 중 1명꼴
“온정적 대응 기조 변화 필요”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지난달 26일 오후 3시50분께 광주광역시 서구에서는 대낮부터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만취 상태였던 이모(47)씨는 자신을 태운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씨를 귀가시키고자 순찰차에 태웠다.
그러나 이씨의 난동은 멈출 줄 몰랐다. 순찰차 뒷문을 발로 마구 차더니 이를 말리던 정모(28) 순경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시민을 보호하려던 젊은 경찰관은 수차례 폭행을 당해야만 했고, 결국 이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가해자는 남녀노소, 지휘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올 8월2일 제주에서는 가게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A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B(60)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이어 9월에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동생을 구조하러 출동한 구급대원들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주먹을 휘두른 유모(35ㆍ여)씨 등 2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출동한 경찰관이나 소방관을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행하는 주취폭력ㆍ공무집행방해 범죄는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경찰청이 9~10월 진행한 '주취폭력 및 공무집행방해사범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검거된 공무집행방해 사범 1800명 가운데 1340명(74.4%)은 술에 취해 범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으로 확장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1만5000여명 중 71.4%가 주취 상태에서 범행했다. 주취폭력사범도 심각한 수준으로, 이번 특별단속에서만 무려 1만7210명이 입건됐다. 유형별로는 폭력이 1만2414명(72.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재물손괴(2263명)와 업무방해(1815명)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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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주취폭력ㆍ공무집행방해의 경우 재범률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적발된 주취사범 10명 중 7명(75.8%)은 전과자였다. 전과횟수별로는 1~5범이 38.6%로 가장 많았으나 전과 16범 이상의 '상습범'도 20.9%에 달했다. 이밖에 6~10범이 16.3%, 11~15범은 13%로 집계됐다. 이들 범죄에 대해 경찰은 강력사건에 준해 수사하는 등 엄정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범행은 계속 반복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관대한 처벌이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다수가 벌금이나 집행유예 처분에 그쳐 교화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추세를 볼 때 주폭에 대한 온정적 대응 기조는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상습적인 주폭행위자 내지 상습적인 주취 공무집행방해죄의 경우 집행유예의 영역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등 양형단계에서 엄격하게 판단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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