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의 책과 저자]손바닥 자서전 특강
오야마 마스타쓰(大山倍達)! 우리말 이름은 최영의(崔永宜)이다.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한 무술가. 극진공수도를 창시한 사람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소년들은 소년잡지에 실린 '대야망'이라는 연재만화를 보면서 그의 존재를 새겼다. 양동근이 주연한 우리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물이다. 배우 송강호가 '넘버3'에서 말을 더듬어가며 찬양한 전설의 파이터가 바로 오야마다.
"옛날에 최영의라는 분이 계셨어, 최영의. 전세계를 돌며 맞장을 뜨셨던 분이셨지. 이분이 황소 뿔 여러 개 작살내셨어, 황소 뿔. 이분 스타일이 그래. 딱 소 앞에 서. '너 소냐, 황소…. 나 최영의야'하고 소뿔 딱 잡아. 그리고 X나게, 가라데로 X나게 내려치는 거야, X나게. 황소 뿔 뽀개질 때까지. 코쟁이랑 맞장뜰 때도 마찬가지야. (중략) 무대뽀, 무대뽀 정신!"
글도 이렇게 써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아무 생각 할 필요 없어. 그냥 막 쓰는 거야. 무진장 쓰다 보면 다 알게 돼." 글쎄. 그러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손바닥 자서전 특강' 같은 책이 왜 필요했을까. 이 책을 쓴 사람이 글쓰기를 가르쳐 밥을 벌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명성을 어떻게 누렸겠는가.
글쓰기란 눈길을 걷듯 막막하고 두려운 일이다. 곳곳에 함정과 덫이 숨어 발목을 붙들리고 온몸이 빠져들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말은 다루기 어려운 재료여서 밑천을 드러내고 본래 맛을 해치기 쉽다. 그리고 우리 언어의 식탁에는 수입산과 유전자를 조작해 생산한 낱말과 문장들이 넘쳐난다. 예를 들어 'one of the best'는 영어 기사 중에 자주 보이지만 우리 말의 논리에는 맞지 않는다.
무애 선생이 '면학(勉學)의 서(書)'에서 "독학서(獨學書) 문법 설명의 '삼인칭 단수'란 말의 뜻을 나는 몰라, '독서 백편 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란 고언(古諺)만 믿고 밤낮 며칠을 그 항목만 자꾸 염독(念讀)하였으나(X나게 읽었으나), 종시 '의자현'이 안 되어 (중략) 젊은 신임 교원에게 그 말뜻을 설명 받아 알았을 때의 그 기쁨"을 토로함에 이르러서는 곧게 겹치기 어려운 언어의 숙명을 절감한다.
"내가 일인칭, 너는 이인칭, 나와 너 외엔 우수마발이 다 삼인칭야라."
내 말을 다루기조차 이토록 험한 일이거늘 남을 가르쳐 문장을 이루게 한다는 발상은 어지간한 용기로는 하기 어렵다. 아시아경제 문화부로 매주 쏟아져 들어오는 새 책들 중에는 글쓰기 요령을 일러주는 교재가 적지 않다. 나는 글쓴이들의 내공은 물론 글쓰기를 가르치겠다는 그 용기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앎을 넘어 가르침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기 때문이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은 소설가 강진과 글쓰기 강사 백승권이 함께 썼다. 소설가가 왜 글쓰기 책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백승권은 글과 가르침의 내력을 더러 알기에 응원하고픈 마음이 없지 않다. 그는 일찍이 동국대학교 국문학과에 다니면서 시인 정광호와 함께 야학에 나가 우리말을 가르쳤다. 그 이전에 시인이 되고자 우리 현대문학의 요람과도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10년 전에는 청와대에서 월급을 받으며 '대통령의 글'(대국민 메시지)을 썼다.
백승권의 생업은 글쓰기 강의다. 벌써 여러 해 이 일을 해오고 있다. 강의 솜씨가 시원찮아도, 수강생들이 누리는 효과가 미미해도 그를 찾는 강의실은 사라져 버렸으리라. 그러나 백승권은 해가 갈수록 시간에 쫓기고, 불려다니는 거리도 멀어져간다. 오죽하면 그토록 사랑하는 밭일조차 엄두내지 못할까. 주말농장을 접은 지도 꽤 됐다고 한다. 그러니 세상의 인정을 받는 글쓰기 선생으로서 비결을 전하는 책을 썼다 해서 허물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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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만 읽어도 눈이 밝아진다. '나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 '무엇을 쓸 것인가', '이야기의 씨앗을 찾아서', '이야기를 완성하는 몇 가지 방법', '생생한 글쓰기를 위한 몇 가지 요령', '글의 힘은 퇴고에서 나온다'…. 자서전을 쓸 생각은 없지만, 소설가와 글쓰기 선생의 책은 지루해 하지 않고 읽었다. 다만, 책을 읽어도 글이 갑자기 잘 써지지는 않는다. 다 읽은 다음 할 일은 뻔하다. 글이 안 된다고 징징거릴 게 아니라 그럴수록 'X나게' 쓰는 거다. huhball@
손바닥 자서전 특강 / 강진, 백승권 공저 / 한겨레출판 /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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