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철학, 에너지를 말하다.
윤영삼 국립환경과학원 폐자원에너지연구과 연구관
지난 6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및 석탄화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탈석탄화를 기본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고리공론화위원회 결과에 따라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정부가 이미 천명한 대로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정부에서도 탈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표명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LNG발전소 추가 가동, 태양광, 해상풍력과 에너지세제의 합리화,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 개선들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2016년 기준 3.4%인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상향 조정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는 물론 ‘안전’과 ‘친환경’을 고려한 에너지 정책으로 요약된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지난 9월 지구 반대편 최강대국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는 엄청난 인·물적 피해를 가져왔다. 이런 기상이변의 주원인을 많은 이들은 가속화 되어가는 지구온난화에서 찾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구온난화 문제든 국내 환경 문제든 그 원인을 찾아가면 결국 에너지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 세 번의 큰 세계관 변화가 있었다. 이런 세계관의 변화는 인간이 자연과 에너지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관으로 상징되는 목적론적 세계관이 첫 번째이다. 지상의 모든 사물들이 상호 교환 불가능한 자신만의 고유한 목적 또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본 목적론적 세계관은 인간보다는 신 중심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다.
갈릴레이와 뉴턴에 의해 출발한 고전역학은 서양의 과학 혁명을 달성하는 주춧돌 역할과 함께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계관을 열었다. 수학과 과학에 입각한 기계론적 세계관은 말 그대로 자연을 일종의 기계로 사유하는 견해를 의미한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모든 사물과 자연현상이 하나의 기계인 것처럼 분석되고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체계라고 본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인간이 자연과 에너지를 지배하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서양의 과학 문명은 스스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에너지 소모를 가속화 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함으로써 에너지 자원은 고갈되어가고 자연환경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계론적 세계관 자체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기계론적 세계관을 대신할 대안으로 유기체적 세계관이 제시됐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E=MC2)과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원리 위에 세워진 유기체적 세계관의 주장은 물질이 에너지와 등가이므로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들이 에너지에서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에서 출발한 세상은 필연적으로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 형태로 얼마나 변했는가의 척도가 바로 엔트로피 법칙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한번 사용한 에너지는 절대 다시 사용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정된 자원인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의 소비량을 줄여나가는 것과 함께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자연재생 에너지의 이용 효율 및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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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필자가 그간 연구해온 폐기물 분야에서도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듯 폐기물은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폐기물이 더 이상 그냥 버려지는 물질들이 아닌, 재생 가능한 에너지라는 인식의 변화와 새로운 가치부여를 위한 기술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에너지와 관련된 엔트로피 법칙이 국가의 흥망성쇠는 물론 산업의 움직임과 나아가 모든 민족의 궁극적인 행복까지도 관장한다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프레더릭 소디의 말처럼, 국내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서 찾는 것은 세계관의 변화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엔트로피 법칙에 순응하는 저에너지 사회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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