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갓뚜기 딜레마' 오뚜기 슬그머니 즉석밥 가격 인상…평균 9%
즉석밥·참치캔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 단행
10년째 라면 가격 동결… '갓뚜기' 굴레 부담
수익성 악화…3분기 누계 영업익 5%↓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10년째 라면 가격을 동결해 '갓뚜기(갓+오뚜기)'로 칭송받고 있는 오뚜기가 라면을 제외한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즉석밥 가격을 평균 9% 인상했다. '갓뚜기'로 칭송받으면서 착한기업 굴레에 갇혀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꼈지만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15일부로 즉석밥의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컵밥과 잡곡밥은 이번 인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오뚜기밥', '큰밥', '작은밥' 등 3가지 품목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대표 제품인 '오뚜기밥(210g)'의 가격(출고가 기준)은 650원에서 710원으로 9.2% 올랐다. 오뚜기가 즉석밥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12년 8월 이후 5년만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2004년 즉석밥 출시 이후 두차례 가격 인하를 단행했고, 2012년 인상 이후 흰밥만 한정해 평균 9% 가격이 조정됐다"며 "최대한 감수하려고 노력해왔으나 쌀 가격이 2016년 대비 20%가량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뚜기는 1일부로 참치캔 5종 가격도 평균 5% 올렸다. 이중 대표 제품인 오뚜기 마일드참치는 1210원에서 1250원으로 3.3% 인상됐다.
2011년 1000억원 벽을 넘은 즉석밥 시장은 올해 3000억원 시장으로 커졌다. 1~2인 가구 증가와 즉석밥의 품질이 개선되면서 수요가 많아진 덕분이다. CJ제일제당이 '햇반'으로 시장을 만들자 2004년 오뚜기(오뚜기밥), 2007년 동원 F&B(센쿡) 등 후발주자가 뛰어들었다. 현재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햇반'이 67%로 독보적인 1위이며, '오뚜기밥'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30% 수준으로 2위 자리에 올라있다.
오뚜기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수익성 악화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뚜기는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5643억원, 영업이익 443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은 2.1% 줄었다.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6096억원과 1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 늘고 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8%에서 7.2%로 축소됐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에도 착한기업 이미지로 인해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 오뚜기는 일자리 창출 노력과 사회공헌활동 외에 라면 가격 동결로 소비자들로부터 '갓뚜기'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갓뚜기'란 '신'을 뜻하는 '갓'(God)에 오뚜기의 '뚜기'를 합친 말로, 오뚜기를 착하게 평가하는 소비자들이 붙인 별칭이다.
다만 내년에는 오뚜기 라면 가격 인상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2016년 오뚜기라면 영업이익률은 4.0%로 이는 전년대비 0.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가격인상 없이는 원재료 부담 상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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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뚜기는 현재 할인폭을 줄이면서 되레 가격인상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가 최근 매출 할인율을 줄이면서 실제 라면 평균판매가격(ASP)를 7% 이상 올린 상황"이라며 "농심과 삼양식품에 이어 팔도 등 모든 라면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유정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7%가량 인상하면, 올해 판매량 유지한다는 조건하에 매출액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382억원, 29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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