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없어요"…백화점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의 하소연
"백화점 수수료·인건비 등 제하면 적자…내년에 어떻게 버티나"
직원들 "근무 환경 개선" 요구 VS 유통업체 "영업시간 연장"
中 사드 보복 탓에 실적도 안좋아…인력 추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직원들은 직원들대로 휴일에 못 쉬어 힘들다고 하고,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나가는 억울한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은 영업시간을 늘려 죽을 맛이네요."
한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의 푸념이다. 최근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화장품 브랜드들이 돈 고민에 빠졌다. 근무 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백화점 매장에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내년도 최저임금인상, 입점 수수료 등을 따지면 남는 게 없어 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주요 판매처인 백화점에 배치된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은 하고 있지만, 재무적인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의 경우 입점 수수료율이 높아 더 그렇다. 백화점 1층 입점 수수료율은 적게는 35%부터 많게는 50% 수준이다. '제품 100원어치를 팔아도 백화점 수수료 50원을 떼고, 인건비를 제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브랜드 입장이다.
비용 경감을 위해 '시간제 노동자'(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도 없다. 화장품 판매는 패션 등 다른 품목에 비해 성분 설명, 메이크업 시연 등 전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유통업체들은 영업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이후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고꾸라져 '연장 근무', '정기 휴무 폐지' 등으로 손실보전에 나선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영업상의 이유'를 들며 이달 정기휴무일을 없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추가로 근무하면 매출이 증가한다"는 논리지만, 입점 브랜드들은 부담이 커졌다. 가장 큰 부담은 '휴일 근로수당'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직원이 쉬어야 할 때 못 쉬면, 일한 시간에 대해서 급여의 150%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반차,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명품 등 백화점 판매직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이라며 "1~2개, 2~3개 근무조로 이뤄진 영세 브랜드의 경우, 고정 휴일 없이 한 달 내리 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사드 등의 이유로 브랜드 실적도 좋지 못하다. A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올해 수익률은 5% 이하인데 최저임금인상, 휴일 근로수당 등으로 인건비만 16~40% 가량 상승하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추가 인력 채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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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주당 40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서비스직 노동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장에는 김소연 샤넬 노동조합 위원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12시간 근무 등 판매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폭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을(乙)인 입장에서 따르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만, 한 달에 하루 쉬는 것도 문제인데, 하루도 쉬지 않겠다는 것은 입점 브랜드 입장에서 눈물이 나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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