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불의 목소리' 마이크 OFF
성우 양지운씨 은퇴
해리슨포드 리암니슨 등 당대 명배우 목소리 연기
오늘 대통령 표창 받으며 48년 성우 아름다운 마무리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목소리 연기의 대가 양지운(69ㆍ사진)씨가 48년간 잡았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속 익살스러운 내레이션이 마지막 더빙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재미를 선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3일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다. 양씨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박수 받으며 떠나 기쁘다"고 했다.
경남 통영 출신인 양씨는 구민, 고은정, 이창환 등 당대 유명 성우들의 목소리를 라디오로 들으며 꿈을 키웠다.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1학년이던 1969년 TBC 동양방송에 성우 공채 5기로 입사했다. 정치 드라마 '광복 20년'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해 두각을 나타냈다. 흑백TV 시절인 1976년부터 방영된 미국 TV시리즈 '600만불의 사나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차를 한 손으로 번쩍 들고 시속 100㎞로 달리는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 공군 대령의 감정을 역동적인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양씨는 "화끈한 성격이 나랑 딱 맞았다. 꾸미지 않고 내 목소리 그대로 연기했다"고 했다.
그는 '댈라스', '스타스키와 허치', '두 얼굴의 사나이', '탐정 스펜서' 등의 TV외화로도 시청자들과 친숙해졌다.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등 주말 외화들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해리슨 포드(인디아나 존스ㆍ도망자ㆍ스타워즈), 로버트 드니로(히트ㆍ대부2ㆍ미션ㆍ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리암 니슨(테이큰ㆍ쉰들러 리스트), 멜 깁슨(리썰 웨폰ㆍ브레이브 하트), 케빈 코스트너(보디가드ㆍ워터월드ㆍJFK), 숀 코너리(007 시리즈), 크리스토퍼 리브(슈퍼맨) 등의 목소리를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영어 대사를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단어와 억양으로 바꾸려고 사전을 뒤져가며 어미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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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TV 교양ㆍ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내레이션 단골이었다. KBS '체험 삶의 현장'은 1993년 첫 회부터 2012년 종영까지 20년, 생활의 달인은 10년간 함께 했다. 감칠맛 나는 해설로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고 중후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저마다의 사연에 감동을 더했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력한 개성으로 LG전자의 제품을 10년 이상 소개하기도 했다.
정다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밥 타는 줄도 몰랐던 시절, 성우는 스타 중의 스타였다. 그러나 라디오드라마는 손에 꼽힐 만큼 줄었고, 외화마저 우리말 더빙 대신 자막을 사용한다. 성우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지만, 양씨는 "이럴 때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성우는 '목소리 디자이너'다. 정확한 의사 전달과 감정 표현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말하는 자신은 물론 듣는 상대까지 심신이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장의 향기를 맡고 표현할 수 있는 성우가 되기를 후배들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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