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80%…실물 보는 이점있지만 '옵션 선택권' 보장은 안 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가 후분양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후분양제 효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아파트도 물건처럼 보고 사야한다"는 게 후분양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의 주된 논리 중 하나다. 과연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입주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의문은 현재 후분양제를 시행 중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사례를 통해 풀어볼 수 있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사업비 조달, 분양대금 분할 납부 등 편의성을 이유로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을 해왔다.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후분양제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 적정 수준 이상 공사를 진행한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SH공사 등 일부 공공기관만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있다.

후분양제의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단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했던 참여정부 시절 안과 10년째 후분양을 하고 있는 SH공사 사례를 통해 향후 기준을 유추해 보면 공정률 40%부터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공부문부터 2007년 공정률 40%, 2009년 60%, 2011년 80% 시점에서 분양하도록 했다. 또 2003년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에 한해 공정률 80% 이상일 때 후분양하도록 했지만 2008년 폐지됐다.


여기서 말하는 건축 공정의 80% 이상은 15층 아파트 기준으로 기본 골조가 다 올라간 후 내부 마감 중인 상태다. 층별로 공정률은 다르지만 내부 마감단계라고 보면 된다. SH공사는 현재 공정률 60% 시점에 분양하고 공사 중인 단지 내 평형별로 샘플하우스를 공개한다. 60%는 기본 골조가 완성된 시기다. SH공사의 사례대로라면 후분양이 실시되면 입주자들은 실제로 공사 중인 단지에 마련된 샘플하우스에서 기본적인 주택 위치나 구조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SH공사 관계자는 "선분양의 경우 견본주택을 현장 외부에 만들지만 SH공사는 공정률 60~70% 사이에 현장 내 평형별로 세대 하나씩을 샘플하우스로 공개한다"며 "입주자의 인식적 오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후분양제로 인해 입주자의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실제 공정률 80% 시점에 분양하면 선택 품목(옵션)에 대한 입주자 선택권 보장이 어려워진다. 이에 대부분의 아파트가 기본 옵션만 설치한 채 완공될 가능성이 크다. 후분양제와 입주자 선택권간 충돌이 발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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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H공사가 공정의 80% 시점에 아파트를 공급해오다 2013년 2월 이후 공급분부터는 60% 시점으로 앞당긴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 입주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관련 법 개정에 맞게 제도 개선을 했다. 2012년 3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입주자 선택 품목(옵션) 범위가 더 넓어졌다.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에서 오븐·쿡탑·식기세척기·냉장고·김치냉장고·세탁기·홈오토메이션·홈시어터시스템, 옷장·수납장·신발장 등 붙박이 가전제품과 가구까지 확장됐다. 공정의 80% 시점에 입주자에게 옵션 설치 여부를 묻고 시공하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후분양제는 입주자가 실제와 가까운 형태의 집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서도 "최근 개인의 선택권이 중시되는 추세인데 이에 역행할 정도로 후분양제 도입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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