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라 쓰고 '출근'이라 읽는다…소다 영업직 '乙의 극한직업'
소다, 직원들에 연차소진계획서 허위로 작성케 해 논란
인사팀에선 "연차 소진하라"고 종용, 부서 임원은 '출근 압박'
연차사용촉진제 도입 첫 해부터 삐걱…"연차수당 안주려는 꼼수" 지적
회사측 법적 책임 없어…쉬겠다는 날 출근한 건 근로자 책임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DFD그룹(디에프디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구두 브랜드 '소다'가 직원들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연차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부터 연차사용촉진제를 도입했지만 계획서를 작성하게 한 후 출근을 강요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소다는 지난해까지는 연차수당을 급여명세서에 포함했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 올해부터는 직원이 계획서를 제출하면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다의 일부 임원들이 영업관리부 직원들에게 연차계획서를 작성하게 한 후 출근을 강요했다는 내부 주장이 나왔다. 출근을 강요당한 직원들은 연차수당을 받지 못한 채 휴일도 없이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 소다의 근로계약서에는 "연차휴가는 을(乙)의 청구가 있는 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영업부서 분위기상 불가능하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일부 임원의 경우 "쉬겠다고? 잘리고 싶냐"는 등의 막말, 욕설까지 일삼아 연차계획서를 내고도 쉴 엄두도 못 낸다는 것.
영업부 직원 A씨는 "최근 인사팀에 올해 남은 연차휴가의 소진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출근해야 한다"며 "돈(연차수당)은 돈대로 못 받고 출근은 출근대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회사에서는 연차 휴가를 소진하라는 입장이고 토요일 근무도 대체휴무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다른 부서와 달리 영업부 임원급들이 출근을 강요해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며 "매주 토요일 출근하라고 해 출근하고 있지만 대체휴무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영업부 직원 B씨는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계약서상에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최근 DFD디자인센터가 경기도 광주로 이전한 이후 영업부 등 직원들의 통근 부담은 더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소다는 올해부터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사용 촉진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사팀이 제공한 연차소진계획서를 보면 "올해 안에 미사용 연차에 대해 강제적으로 사용할 것(예외 없음)" "남은 연차에 대해 인사팀이 임의 지정" "지정해준 날짜에 대해 강제적으로 연차를 사용" 등으로 명시돼 있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에게 연차 휴가 청구기한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남은 휴가 일수를 알려줬고 직원들에게서 연차소진계획서 등을 통해 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시기를 통보받아 휴가에 대해 보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소다 인사팀 연차소진계획서에도 "사용하지 않은 연차에 대해서는 수당으로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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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의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 측은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남겨 회사 측과 협의하라"고 조언했지만 직원들은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있는 직원들이 감내하는 것 외에 법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내부에서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구두 브랜드 소다(박근식 대표이사)의 연차소진계획서에는 '올해 안에 미사용 연차에 대해 예외없이 강제사용할 것', '미사용 휴가에 대해서는 보상의 의무가 없다' 등이 적혔다.(사진=독자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이에 대해 소다 측은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소진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업부 직원들의 연차소진계획서와 출퇴근 기록을 대조해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내부 자료라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DFD패션그룹은 1984년 설립됐고 사원 수 200명 이상 규모의 기업으로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재무 구조가 탄탄한 강소기업에 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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