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은 흘러서 불안하다 하늘에는 은하가 흐르기 때문이다 별을 매달고 별을 버리며 시냇물은 흘러서 불안해진다 한곳으로 모은다는 것 모아서 흐르게 한다는 것의 불안을 어둠은 모른다 하늘과 땅을 뒤집으면 은하가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은하가 되리라는 상상으로 어둠은 깊어진다 어둠은 안팎이 따로 없다 세상에 대하여 흑백논리나 불안을 가장하지 않는다


 시냇물은 어둠 반대쪽으로 흘러서 불안하다 어둠 반대쪽에 빛이 있다는 착각으로 불안하다 그러다 돌연 방향을 틀어 빛의 반대쪽으로 흐를까 불안하다 사실 시냇물에게 빛과 어둠은 경사도 명암도 아니다 시냇물은 다만 어디론가 흐를 뿐이다

 가난은 가난 쪽으로 흐른다 이상한 시냇물이다 가난끼리 뭉쳐서 별이 된다 은하가 된다 그 양 옆에 만날 수 없는 견우와 직녀 하나씩을 둔다 그리고 온몸으로 아프게 반짝여 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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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강에 오늘도 누군가 투신을 한다

[오후 한 詩]물의 심리학/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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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1연과 2연의 대부분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이에 비해 2연의 마지막 문장과 뒤이은 3연과 4연은 강렬하고 명확하다. 시란 대체로 그런 것이다. 시인이 쓴 어절들을 함부로 끌어다 쓰자면 시엔 "경사도 명암도" 있게 마련이다. 시의 어느 길목이 좀 구불구불하고 어둡다고 해서 투덜거릴 일은 아니다. 매한가지로 곧고 또렷하다고 해서 곧바로 그것이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대신 난 시마다 적절한 흐름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 시의 마지막 문장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워 감히 기막히다거나 놀랍다는 말을 떠올리는 일마저 조심스럽지만, 여하튼 우리 세계의 비참한 진실을 향해 급강하한다. "시냇물은 다만 어디론가 흐를 뿐이다". 그러나 "가난은 가난 쪽으로 흐른다". "그 강에 오늘도 누군가 투신을 한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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