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한국무역협회 성도지부 차장

이원석 한국무역협회 성도지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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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다. 중국인 A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거리에 비치된 공유자전거로 출근한다. 조금 먼 거리에는 '디디추싱'이라는 차량공유 사설택시를 이용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는 쇼핑몰에 비치된 '공유우산'을 꺼내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굳이 우산을 새로 살 필요가 없다. 휴대폰 충전을 잊었어도, 점심을 먹으며 식당에 비치된 '공유배터리'를 이용하면 시간당 1위안으로 걱정 해결이다.


A씨의 사례는 중국에서 이미 흔한 풍경이 됐다. 예전 모 대기업 회장님이 '배우자 빼고 다 바꾸자'라고 하셨다더니, 요즘 중국을 보면 '배우자 빼고, 공유할 수 있는 건 죄다 공유하자'는 식이다. 위에서 언급된 사례는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주택',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지식공유', 출장이나 여행 시 사용하지 않는 주차위치를 공유하는 '공유주차장',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의사의 전문지식을 제공받는 '의료공유'까지, 공유경제의 영역은 그야말로 어디까지 확장될지가 궁금할 지경이다.

공유경제의 순기능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취업유발 효과다. 공유경제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2016년 기준 약 1000만개로 추정되며, 종류 역시 다양하다. 일례로 디디추싱과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도 고용을 창출하지만 수많은 자가용 보유자들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한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진보가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예인 셈이다.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차량공유 운전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해당 도시의 주민등록이 없으면 시내에서 서비스를 금하고 있을 정도다.


공유경제 자체가 하나의 종합산업이니만큼, 경제성장에도 플러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공유자전거를 예로 들면, 타이어는 펑크 걱정이 없는 바퀴 일체형이며 자전거 간의 속도차이를 최소화해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기어를 없앴다. 눈비에 녹슬고 치마나 바짓단에 걸릴 수 있는 체인 부분은 안쪽으로 장착해 안전성을 높였다. 아울러 수많은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보증금은 새로운 곳에 투자된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첨단제조업과 금융업이 녹아 있다.

그렇다면, 공유경제에는 밝은 면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무언가를 공유한다고 하면 한정된 자원을 나눠쓴다는 근검절약과 환경친화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중국의 공유경제는 오히려 사회 전반에 유통되는 상품의 양을 크게 증가시킨, 소위 '양적완화'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기 위한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위치한 청두에는 남아돈다 싶을 정도로 많은 공유자전거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이들 자전거의 제조시기는 다들 거기서 거기일 듯한데, 4~5년후 동시다발적으로 유지보수 시기가 닥쳐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지 궁금하다. 이미 충칭의 한 공유자전거 업체가 경영난으로 도산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중국 최대의 공유우산 업체는 서비스 시작 3개월만에 30만개의 우산을 분실했다. 시민들의 반환율이 생각보다 낮은 탓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약 3000만개의 우산을 새로 공급한다고 하니, 절약과 환경보호의 상징인 줄만 알았던 공유경제 산업이 자칫 낭비와 비효율의 상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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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자원의 공동소유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공유경제가 발전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무엇이든 했다 하면 엄청난 볼륨과 속도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공유경제라는 일종의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지, 한동안은 더욱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원석 한국무역협회 성도지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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