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석의 Cine Latino]남미의 다양한 음악영화들
미국의 음악 프로듀서 라이 쿠더는 숨겨져 있던 쿠바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어렵게 찾아내어 그들과 함께 단 6일 만에 녹음을 완성하여 앨범을 발표한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쿠바 변방의 이 음악들은 그해 그래미상을 받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며 세계 대중음악사상 유례없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1999)’은 완전 무명이던 노년의 쿠바 뮤지션들이 앨범의 성공을 등에 업고, 해외 투어를 하고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에 올라 공연을 하게 되는 짜릿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또한 이제는 귀에 익숙한 그들의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공연실황을 보는 재미와 그들이 어떤 배경에서 자라나고, 어떻게 음악적으로 성장 했는지를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당시에는 단지 공산국가라는 딱딱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던 세계인들에게 쿠바라는 나라와 그곳 사람들을 더 친밀하게 느끼게 된 계기를 마련한 이 영화는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음악영화의 시초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쿠바에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2008)’가 있다. 사실 한국인들에게는 탱고음악하면 텔레비전 광고나 영화,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된 ‘리베르탱고’나 피겨스케이터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아디오스 노니노’를 연상하지만, 이 곡들은 탱고를 클래식음악의 경지로 올린 작곡가 피아졸라의 ‘뉴 탱고’ 장르이다. 탱고음악의 기원은 19세기부터이니 피아졸라 이전의 탱고음악들은 마니아가 아니라면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탱고의 전성기인 1940~5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공연을 위해 흩어져 있던 탱고 마에스트로 스물세 명이 모여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과 경력이 60~70년에 이르는 베테랑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통해 정통 탱고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한 번도 탱고 공연을 허락하지 않았던 세계 3대 극장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 콜론극장에 오른 늙은 마에스트로들의 전성기 시절을 뛰어 넘는 연주 실력과 지치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탱고하면 춤이 빠질 수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라스트 탱고(2015)’는 각각 열네 살, 열일곱 살 때에 만난 마리아 니에베와 후안 코페스 커플이 50년간 댄스커플로 활동하며 살아온 긴 여정, 그들의 현재 모습과 인터뷰, 후배 댄서들이 배우로 참여한 회상 재연 장면들로 이루어진 흥미로운 작품이다. 지금은 아르헨티나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치며 브로드웨이에도 올린 다수의 탱고 뮤지컬을 연출하고 안무한 디렉터로서도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성공과정에서는 남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사정이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스토리로 시작되지만, 성공 후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파트너를 참지 못해 헤어지고 결국에는 서로 더 나은 파트너를 찾지 못해 다시 비즈니스적인 커플로 다시 만나 활동하며 서로를 증오하고 결국에는 영영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두 사람은 이 영화의 엔딩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 후에 재회하였고, 영화가 개봉된 후에는 후안 코페스가 자신의 모습이 평생 커플을 버린 나쁜 사람으로 묘사된 데 화가 나 제작진들에게 엄청난 항의를 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영화에서도 보이는 두 사람의 공식적인 마지막 공연 후, 니에베가 관객들에게 남긴 말은 탱고 마니아들 사이에 아직도 회자된다. “탱고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은 파트너와의 소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춤을 출 때 무수한 감정을 느낀다. 그 느낌은 사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증오일수도 있다. 그것이 탱고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민속음악인 포크뮤직을 다루는 영화도 있다. 세계 유명 영화제들에 초청받고 찬사를 받은 칠레영화 ‘천국에 간 비올레타(2011)’는 포크음악의 어머니로 불리 운 ‘비올레타 파라’의 파란만장한 전기를 다룬 음악영화이다. 라틴아메리카의 포크음악은 토착민, 다시 말해 인디언들을 통해 구전된 음악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기타를 독학으로 배운 비올레타는 성장한 후 전국을 떠돌며 민속음악을 전수 받기 위해 음악인들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배우고, 칠레의 민속음악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집념과 의지의 여성이다.
심지어 폴란드에서 공연 중 9개월 난 딸이 사고로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도 슬픔을 가슴에 묻고 칠레로 돌아가지 않고 유럽에서 2년을 더 활동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영화는 비올레타 파라가 민중의 삶을 노래하고, 독재자를 비판하는 가사들을 쓰고, 후에 좌파 정당인 인민연합당을 만들어 문화운동을 벌인 일, 중남미 국가들의 연대를 위해 활동한 그녀의 모습을 자세하게 담기 보다는 그녀의 눈을 통해 보는 감정들을 형상화하여 삶과 죽음, 사랑과 그리움, 불안과 공허함 등을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남미의 정통 음악이 아닌 로큰롤을 소재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영화도 있다. 아르헨티나 영화 ‘라스트 엘비스(2012)’는 자신이 전설적인 록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환생이라 절대적으로 믿고 사는 카를로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대책 없고 별 볼일 없는 공장노동자이며 부업으로 엘비스의 모창가수로 사는 카를로스는 이혼한 전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아내가 키우던 자신의 딸을 홀로 돌보게 된다. 서먹서먹하고 어색하던 둘의 관계는 서서히 가까워 지지만,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이며 신념처럼 느끼고 있던 엘비스로서의 삶은 딸로 인해 점점 멀어져 가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이 본인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마침 전 아내가 완쾌되고 퇴원을 하게 되면서 그는 ‘엘비스’와 ‘카를로스’중 하나의 삶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아르헨티나에서의 신변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듯이 이제는 관광투어가 된 엘비스가 살던 저택에 들어가 묘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를 감독한 아르만도 보는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은 ‘버드맨(2014)’과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비우티풀(2011)’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위에 소개한 영화들은 모두 한국에서도 개봉한 작품들이며 다운로드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다. 추석 연휴를 위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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