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은 '따이공(보따리상)'…신규면세점 매출의 60~70% 차지
면세점 1인당 구매액 전년비 2배 육박
면세점 출국장 인도장은 '무한대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직장인 김민지(36)씨는 지난달 베트남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쇼핑을 했다. 평소 사용하던 화장품이 거의 다 써간데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할인율이 높아 다양한 상품을 '득템'했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곧 2차 멘붕이 왔다. 1인당 수십개의 면세품을 찾아가는 탓에 좀처럼 대기자는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산 유기농화장품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보딩 10분전, 대기자는 5명. 고지가 눈앞이다. 옆에서 기다리던 한 50대 여성이 "비행기 출발할 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오기로 기다렸더니 비행기 출발시간에 면세품을 찾았다"면서 "다행히 비행기가 현지 기상상황으로 연착돼 무사히 여행은 다녀왔지만, 보따리상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보따리상(代工ㆍ따이공)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 유통업계에서 '큰 손'으로 군림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요우커)들의 한국여행이 중단된 이후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신규면세점의 경우 대분의 손님이 따이공으로 봐야한다"면서 "사드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긴 상황에서 면세점 매출이 매월 10% 이상 성장하는데 사드 보복이 없을 경우 면세시장이 얼마나 컸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수는 106만명으로, 1인당 구매금액이 654달러다. 지난해 7월 외국인 1인당 구매액 322달러의 두배에 육박한다. 외국인 전체 매출도 전년대비 10% 가량 증가했다. 따이공의 ‘싹쓸이 구매’가 매출 상승폭을 키운 것이다.
보따리상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상인들이다. 통상 배편을 이용한 보따리상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옷감 원단과 작은 전자부품까지 갖고 나갔다 한국에 입국할 때는 중국에서 저렴한 농산물을 가득 채워왔다. 한때 100㎏까지 들고 오갔지만 최근에는 정부의 단속 강화로 봇짐 무게가 반토막(50㎏)났다. 면세점 보따리상들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화장품을 주로 구매한다. 이 때문에 화장품 업계가 이달초 일제히 면세점 구매제한수를 강화했다.
문제는 이미 면세점의 따이공 의존도가 커지면서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사드 갈등이 지속되면서 따이공 우대 분위기는 더 강화되는 조짐이다. 요우커가 실종되면서 따이공을 대체할 수요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떨어지면 브랜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따이공에 의지하는 것"이라며 "신규면세점 대부분이 마찬가지로 이들 대부분 3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