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展
87년 민주화 이후 韓 건축운동사 10년 재조명
출판 연구자료 최초 공개+학술행사 및 포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1980년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현대건축사는 개발과 붕괴가 한데 뒤섞여 파란만장했다. 포스트 올림픽시대로 개발 붐이 일었고, 주택 200만호 건설,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가 생겨났다. 하지만 성수대교(1994)와 삼풍백화점(1995) 붕괴 사건까지 어두운 면도 함께 공존했다.
지난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문을 연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2018년 2월 18일까지)은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1987년 민주화 이후 10년을 재조명한 기획전이다.
전시는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적 전환 시기였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 결성된 건축 집단의 활동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흐름을 살펴본다. 전시에는 민주화와 세계화 물결 속에서 태동한 ‘청년건축인협의회’(1987-1991), ‘건축운동연구회’(1989-1993), ‘민족건축인협의회’(1992-현재), ‘4.3그룹’(1990-1994), ‘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1993-2000), ‘서울건축학교’(1995-2002),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1995-2006) 등 총 11개 건축 집단이 소개된다.
3전시실에 마련된 1부에선 1987년과 1997년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영상과 텍스트로 시각화했다. 각 건축운동 집단들이 실행한 주요 활동을 문서와 책자로 확인할 수 있다. 3전시실에서 4전시실로 이동하는 벽면에는 건축운동 집단의 이념적 기반을 추적할 수 있는 간략한 지형도가 설치됐다. 4전시실은 건축 집단들을 움직이게 한 내재된 열정과 이념적 기반이 무엇이었는지 영상과 이미지 아카이브로 살펴본다.
1990년대는 건축인들이 건축 내 외부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 토대를 쌓고자 분투한 시기였다. 현대건축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는 시기이기도 했다. 전시는 최근 문화예술계에 파고든 1990년대에 대한 비평적 성찰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건축가 개인전이나 파빌리온 설치가 아닌 한국 건축의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건축을 연구, 수집하는 전문 시각예술기관으로서 건축 아카이브 연구와 향후 건축 전시 방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12월 9일에는 한국건축역사학회와 서울관 멀티프로젝터 홀에서 공동주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또 전시기간 동안 제 3전시실 내에서 건축운동에 참여한 주요 관계자들을 초대해 여덟 차례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