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기아차, 3분기 적자 불가피…車산업 해외로 내몰리나
총 부담액 1조원 안팎 전망…"항소심 적절한 판단 기대"
그룹 전체 위기로 번질 수 있어…협력사도 경영난 우려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기아차는 1조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법원이 노조 청구 금액 중 일부인 4200억원을 지급하라고 함에 따라 업계는 총 부담 금액이 약 1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아차는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특히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면서 "1심 판결이 향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아차, 3분기 적자 전환 불가피=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7870억원을 기록한 기아차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해 현 회계기준으로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하게 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이후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로 돌아설 경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투자 여력 감소로 미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동력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기아차의 적자 전환은 현대차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기아차 지분 33.38%를 보유한 현대차는 지분법 손실을 떠안게 됐으며 완성차ㆍ자재ㆍ부품ㆍ물류 등으로 수직계열화한 현대차그룹의 구조를 감안하면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위기로 5300여개에 이르는 협력사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사드 보복으로 인한 판매 부진 영향으로 현대차는 납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최근 중국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차의 적자 전환은 그룹의 존립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통상임금 승소로 날개를 단 노조는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돼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인건비 부담에 한국 車산업 경쟁력 저하= 늘어난 인건비 부담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정기상여금이 높은 구조로 돼 있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이를 기초로 산정되는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 수당, 연차수당, 퇴직금이 증가하게 된다.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가 많은 자동차산업에서는 특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2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의 경우 2014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결과 2014년 한해에만 약 1300억원의 인건비가 늘어났으며 3년간 통상임금 등으로 5000억원 가까이 인건비가 증가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앞서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며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해 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승할 경우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구조조정을 통한 인위적인 인력감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와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판결 이후 노동 현장에서는 많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법원의 사후 개입으로 임금이 상승하고 노사갈등으로 임금이 균형임금으로 하락하지 못하면 기업의 수요곡선에 의해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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