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Economia] 甲과 乙 사이 생존자 '중간착취자'…그들도 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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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영화 '군함도'에서 송종구(김민재 분)는 위험한 광산 일을 하지 않는다. 일제의 폭력과 억압을 선도하는 대신, 중간자로서 사사로운 이득을 챙긴다. 조선인의 노동을 관리하고 착취하며 일정한 지위를 얻어 군림한다. 이 영화를 통해 현재 한국의 노동 상황을 떠올려볼 수 있다.


사실 '중간착취자' 역사는 오래됐다. 이들은 농경사회에도 존재했다. 마름은 지주와 소작인을 연결하고 계속해서 대가를 취했다. 지주는 마름을 통해 효율을 높여 이익을 극대화했고, 마름은 지주에 기생해 경제적 안위를 약속받았다. 이들의 모의로 소작인은 지주와 마름, 모두에게 착취당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 같은 구조는 오랜 시간동안 농업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생산의 주체인 소작인이 배제되면서 자생적인 농업기술 혁신과 생산성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변함없이 일어나고 있다. 성장둔화의 문제를 단순히 노동력 감축으로 해결하려는 고착된 방식 때문이다.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노동력을 '인력 공급 업체'에 맡겨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아웃소싱'(기업 업무 일부를 제3자에게 위탁해 처리하는 방식) 방법을 택하고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다르다. 외부 소속인 인력은 낮은 소득 때문에 부채를 지고, 내수는 침체되며 혁신은 감소한다. 자연스럽게 부패, 자살, 범죄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정권이 바뀐 이후 각계에선 미뤄 왔던 불평등 문제를 다시금 화두에 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놓여 있다. 기업과 노동계 양측의 대결구도가 첨예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내리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과연 해결책이 있을까. 저자는 불평등 문제가 비정규직 제도 자체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비정규직 제도가 한 사회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비정규직 제도의 순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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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제적 효율성과 정의의 원칙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중간착취자'로 상징되는 현재의 도급계약 제도 등 경제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생산성 증가에 도움 되지 않는 간접고용을 즉시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생산성 증가를 위해 정규직보다 더 큰 위험과 부담을 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일 노동대비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셋째, 특수 고용직 등 노동자의 법적 보호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개혁의 핵심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공정한 협동 조건' 이념에 방점을 찍는다. 저자는 특권층이 나머지 구성원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나라가 될지, 아니면 공정한 조건에서 협동하는 사회가 될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고 경고한다. <중간착취자의 나라/이한 지음/미지북스/1만3800원>문화부 기자 ksy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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