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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징역 5년] 충격 감추지 못하는 삼성…재계·학계도 "여론 의식한 판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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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재판에서 재판부가 특검측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측은 물론 재계와 법조계 학계까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들의 뇌물공여 재판과 관련해 특검측이 제시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등에 대한 정권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전달했거나 전달하기로 약속한 금액이 총 433억280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씨 딸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최씨가 지배하는 독일 현지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에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77억9735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220억2800만원을 공여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재산을 국외로 빼내 은닉한 혐의, 이번 사태에 대한 국회의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법정구속된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삼성, 유죄 판결에 큰 충격…"공식 입장은 없어"= 삼성전자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유죄 판결에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가 경영승계를 위한 뇌물공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죄가 적용되며 구금 상태도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이미 6개월간 지속된 경영 공백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향후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반도체 부문이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투자 리더십의 맥이 끊긴다. 이건희 회장은 D램에 집중 투자해 종주국인 미국, 일본 기업들과 치킨 게임을 벌였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이 회장은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고 결국 미국, 일본 기업 모두 삼성전자에 손을 들었다. 그 이후 찾아온 비수기에서 삼성전자는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기를 틈타 D램 투자를 모바일D램으로 전환했다. 중국 시안, 한국 평택의 낸드플래시 투자도 이 부회장 작품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부담을 느껴 투자에 지지부진 할때 삼성전자는 신속하게 투자 결정을 한 뒤 움직일 수 있었다. 외신들도 이같은 부분을 지적한다.

신규 사업은 더 큰 문제다. 글로벌 기술 업체들이 앞다퉈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M&A)전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6개월간 자취를 감췄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IT)기업들은 지난 2012년부터 200여개의 인공지능(AI)관련 기업들을 인수했다.

지난 1분기에만 30여개의 M&A가 진행됐다. AI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장, 가전, 스마트폰, PC 등 전 부문으로 영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6개월만의 경영공백으로도 입은 손해가 엄청나다는 것이 글로벌 IT 업계의 견해"라며 "내년 중반까지 경영공백이 이어지면 반도체, 스마트폰에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판결 결과 우려스럽고 안타까운 심정"= 재계 관계자는 "판결 결과에 대해 우려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총수 장기공백에 따른 부작용이 국가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이라며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가치 하락과 투자·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9%, 영업이익의 30.7%를 차지하고 있다.

재계 곳곳에선 삼성전자가 총수의 부재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총수의 긴 공백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대규모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앞으로 정치권과의 그릇된 관계를 확실히 청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4차산업 혁명을 눈앞에 둔 시기에 새로운 삼성으로 태어나려면 구태를 벗어난 선진경영이 필요하다"라며 "정치와 사회의 그릇된 연결고리를 끊고 경영은 물론 윤리까지 선진적인 초일류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나 무역협회 등은 현 정부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 이재용 판결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같이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 연관된 경제단체도 판결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법조계 및 학계 "국민 감정 반영한 판결, 과도하다"= 법조·학계는 "국민 감정을 반영한 판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판부가 법리대로가 아닌 여론을 의식한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묵시적 청탁'이라는 말은 형법, 형법 교고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라며 "증거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말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거가 없는데 5년의 형량은 과도하다"며 "1심은 넓게 본 것 같고 항소하고 하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은 미국과 달리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같은 사건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며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 정부는 여전히 기업의 협조를 구하려고 할 것"이라며 "사법부가 사적 재산권 범위를 넓게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에선 기업들은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단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 판결로 한국 기업 문화가 바뀐다든지,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가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게이트 이후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주저하게 됐던 것처럼 이번 판결이후 재계 전반에서 기업들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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