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는 한국차]3조원대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車산업 생태계 전반에 후폭풍
-기아차 3조원대 통상임금 소송…선고 앞두고 각계서 우려표명
-기아차 문제 넘어 협력사·현대차이어 완성차 전반으로 파장
-신의칙 인정여부가 최대 쟁점…금호타이어 2심선고 변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복합적인 위기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메가톤급 폭탄은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이다. 만약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되면 당장 기아차의 경쟁력에 치명타가 가해진다. 기아차가 국내 자동차생산의 37%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경영 위기와 경쟁력 위기는 곧바로 기아차 1ㆍ2ㆍ3차 협력업체, 더 나아가 현대차까지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폭발의 반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건비 상승, 법적 쟁송 남발 등이 이어진다. 결국에는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생태계적 위기에 놓이고, 기술 개발과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위한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고 자동차업계는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완성차업계는 "통상임금 사안의 실체적 진실과 자동차 산업과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에 관한 사법부의 판결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35곳(종업원 4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곳 가운데 25곳이 통상임금 소송 패소 시 지연이자, 소급분 등을 포함한 비용 추산액을 밝혔는데, 합계가 8조3673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전체 인건비의 3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소급지급 관련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여부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한다. 2013년 대법원은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면, 이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다만 소급 지급 시 경영 타격 가능성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와 관련 최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된 재판부의 선고는 기아차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고법 민사1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이들 노조원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반영해 3800여만 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임금협상 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러한 노사합의는 일반화돼 이미 관행으로 정착됐다"면서 "근로자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는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금호타이어 2심 선고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만큼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도 재판부가 비슷한 판단을 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최대 3조 원에 이르는 통상임금 소급 지급을 막고 사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오는 24일 한차례 심리를 더 진행하며, 원고명단과 임금액수가 정리되면 이달말께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통상임금 관련한 선고를 보면 비슷한 내용의 소송결과가 엇갈리면서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확대는 노사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되고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우려한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날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통상임금 논란의 쟁점과 판결 이후 과제'토론회에서 상여금과 수당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국내총생산이 감소하고 국민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 보수의 증가는 노동소득분배율을 1.3% 포인트 올리지만 연간 경제성장률은 0.13% 포인트 하락시킨다. 경제성장률하락은 매년 영향을 주면서 국내총생산은 2016년부터 5년간 32조6784억원이 감소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임금의 정의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결정하면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갈등만 초래한다"며 "통상임금 변경으로 임금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 현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양 교수는 이어 "법원이 개입해 통상임금을 재정의하면 임금상승으로 고용조정이 발생하거나 비용 전가 현상이 발생한다"며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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