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없는 냉면?…그런데 계란을 왜 넣었을까
냉면과 계란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식당에서 먹는 음식에서도 계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여름철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 냉면에서도 계란이 빠졌다고 합니다. 계란을 고명으로 얹지 않은 냉면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이들도 있죠. 계란이 없는 냉면의 사진은 왠지 중요한 뭔가가 빠진 것 같은 휑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란이 냉면 고유의 맛을 해친다며 먹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냉면에 계란은 언제부터, 왜 넣었을까요?
많이 알려진 얘기는 냉면은 찬 음식이고 원료인 메밀도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계란을 함께 먹으면 보완이 된다는 것입니다. 냉면을 먹기 전 계란을 먹으면 찬 음식을 먹어도 속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영양뿐만 아니라 맛 때문에 냉면에 계란을 넣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라면과 계란이 찰떡궁합인 것만큼 냉면과 계란을 함께 먹는 것도 썩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라면으로 요리한 과학'이라는 책을 보면 "라면에 달걀을 풀면 달걀 속 아미노산이나 영양소들이 국물 속으로 녹아 나온다. 마치 고기 육수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물론 그 양은 미약하지만, 달걀을 풀었을 때 국물 맛이 구수해지고 담백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칼국수에 달걀을 풀거나, 냉면에 삶은 달걀의 노른자를 살짝 띄우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약간 비릿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더하여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냉면에 계란을 넣었을까요? 문헌을 보면 평양냉면은 고려 중기 때 유래해 조선시대에 대중적으로 먹었습니다. 냉면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중기의 문인인 장유의 '계곡집(谿谷集)'이라고 합니다. 1635년 편찬된 이 문헌에는 "자줏빛 육수에 냉면을 말아 먹고"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계란 고명에 대한 언급은 없는 듯합니다.
규합총서(1809)에는 "동치미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 오이, 배, 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계란 부친 것을 채 쳐서 넣고 후추와 잣을 뿌리면 이른바 냉면이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계란 부친 것을 채 쳐서 넣는다는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동국세시기(1849)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 섞은 것을 냉면이라 한다"고 돼 있네요. 1800년대 말의 '시의전서'에도 "청신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국물을 말아 꿀을 타고 위에 양지머리, 배, 통배추 김치를 다져서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흩어 얹는다"고 썼습니다. 이 무렵 계란은 지단으로 얹거나 아예 얹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지단을 부쳐 얹은 계란 고명이 삶은 계란으로 바뀐 것은 아마도 조리의 편리함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1955년 한 일간지에 실린 '금주의 식단표'를 보면 '냉면 조리하는 법' 중 세 번째로 "계란을 삶아서 둘로 쪼개 놓는다"고 돼 있습니다. 이때는 삶은 계란도 냉면의 고명으로 올렸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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