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 "진드기 잡으려고 암암리에 써오던 것이 문제 일으켜"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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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진드기 잡으려고 암암리에 써오던 살충제가 이번 사태를 불렀어요. 이러한 살충제는 한국전쟁때부터 쓰던 것이죠."


 16일 오전 경기 화성에서 5000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농장주 A(60)씨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본지와의 통화에 응했다. A씨는 "여름에 진드기가 극성을 부리니 10~20년 전에는 살충제를 가리지 않고 썼다"면서도 "최근 친환경이 부각되면서 성분이나 사용 빈도가 줄어들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식 없이 예전처럼 살충제를 쓰는 곳들이 있는 데, 이번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의 농장에도 지난 15일 도청직원들이 찾아와 샘플 계란 40여개를 수거해갔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리핑을 갖고 시중에 유통중인 계란 제품 '신선 대 홈플러스'(11시온), '부자특란'(13정화) 등 2개에서 닭 진드기용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날 오후 2시 현재 살충제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총 6곳으로 늘어났다. 소비자들도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산란계농장 61% 살충제 사용= 국내 양계농가에서 닭진드기 퇴치를 위해 피프로닐(Fipronil) 살충제를 사용해온 것은 A씨의 말처럼 공공연한 비밀이다.

진드기 퇴치에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 제품이 여럿 있지만, 내성 문제 때문에 살충효과가 강력한 피프로닐을 많은 농장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주최한 '유통달걀 농약관리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국내 한 연구소는 지난해 산란계 농장을 탐문 조사한 결과,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 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농장이 61%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통과정도 허술하다. 국내 처음으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 농가는 포천에서 금지 약품을 구입했다.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이 농장은 아무런 제품 표시도 없는 상태의 피프노닐계 살충제를 동물약품 도매상으로 부터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물약품 특성상 처방은 수의사가 하지만, 일반약품과는 달리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닭들을 뺀 빈축사에 뿌려야 한다는 사용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양계농장주 B(70)씨는 "좁은 곳에 닭을 넣고 사육을 하다 보니 여름철 진드기 등에 상당히 취약하다"며 "환기나 통풍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일부 농가들이 살충제를 쓰는 데, 농장주나 인부들이 직접 뿌린다 "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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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살충제 계란, 추가 검출 배제 못해" =이날 오전 김영록 농식품부장관은 이번 파동과 관련, "살충제 계란의 추가 검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7일 오전까지 100% 전수조사를 완료해 오는 18일부터 합격품들이 정상유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머리를 숙였다. 지난 10일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류청장은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는 지난주부터 모니터링을 했는데,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며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6일만에 피프로닐이 검출된 데 대해 류 처장은 "(당시에는)국민이 불안하다 싶어 지금까지 검출된게 없었고, 외국 제품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한건데 바로 이 사건이 터져 진심으로 그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불안한 시민 "도대체 뭘 먹나"= 살충제 계란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국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계란값이 크게 오른데 이어, 살충제 까지 검출되자 주부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게시판에는 "아침에 계란찜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08' 시작한 계란이어서 너무 놀랐다", "딸이 계란요리를 좋아하는데, 살충제 계란 소식에 찜찜하다" 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개학을 맞아 일선학교에는 급식을 문의하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상태다.


◆잔류농약 검사시스템 전면 개편해야=한국소비자연맹은 이번 사태와 관련, 밀집사육하는 국내 양계의 특성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상승으로 국내 닭 진드기 감염률은 9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드기 감염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축산농가에 대한 사용농약, 사용방법과 주기, 품질과 유해성 등 적합성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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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정부의 '문제 없다'는 발표와 달리 산란계 농장에서는 살충제를 사용해 오고 있다"며 "식약처와 농수산식품부가 협력해 잔류농약 검사는 물론 검사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이관주기자 leekj5@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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