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편해지니 업무 효율 높아져…그러나 직급 높을수록 반대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여직원들이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거 보면 부러워요."
직장인 5년차 신모(33)씨는 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게 꿈이다. 최근에는 폭염 때문에 그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땀이 나면서 바지가 신씨의 몸에 달라붙자 불쾌지수가 급격히 높아졌던 것이다. 신씨는 "축축한 바지가 몸에 붙은 채로 일하려고 하니 집중도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폭염도 폭염이지만 때때로 내리는 폭우 또한 남성 직장인들이 여름철 반바지를 입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모(36)씨는 "비가 많이 올 때 출퇴근을 하면 바지 밑은 물론 무릎 위까지도 물기로 젖는다"며 "마르면서 물비린내에 땀내까지 섞여 하루 종일 신경 쓰여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이들은 '업무 효율성'이 올라갔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몸이 시원해지고 편해지니 당연히 일할 때 효율이 높아진다"며 "처음엔 반바지를 입는 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언제 긴 바지를 입고 다녔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얘기했다.
다만 여전히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67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근무복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4.4%가 반바지, 슬리퍼 등 특정 복장을 제외한 부분자율 복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이 높을수록 이런 생각은 더 강하다. 조모(29)씨는 "회사에서 반바지 입어도 된다고 하길래 한 번 입고 출근했는데 부장님이 조심스레 '보기에 좋지 않으니 입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그 뒤론 눈치가 보여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을 만나야 하는 공공기관 등에서도 남성들의 반바지 차림은 금기시되고 있다. 공무원 손모(55)씨는 "무엇이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공직은 나 자신보다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맞아 떨어질 때 가능하다고 본다"며 "공공기관에서 남성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는 건 공직의 가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게 아닐까 한다"고 얘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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