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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규의 ‘야마나카 상회와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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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약탈’ 일제 고미술상 ‘판매목록’ 발굴 연구

주홍규 강사 [사진=주홍규 씨 제공]

주홍규 강사 [사진=주홍규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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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주홍규 중원대학교 강사(47)는 지난 2월 '야마나카 상회(山中商會)와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문화재'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야마나카 상회가 일본으로 반출한 조선의 석물, 도자기 도록 등 관련한 기록물들을 공개했다. 덕분에 반출품 환수를 위한 근거자료가 마련됐다. 논문은 일본 야마나카 상회가 장명등ㆍ망주석 등의 무덤 석물, 석탑ㆍ도자기 같은 조선 유물을 반출ㆍ판매한 경위를 도록 등 입수자료를 통해 살핀다.

주 씨는 현재 영남대학교와 중원대학교에서 고고학 강의를 담당하며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다. 원래 주된 연구 분야는 기와를 중심으로 한 고구려 고고학이다. 2015년에는 일본 유학시절 틈틈이 사비를 털어 학습용으로 구매한 고구려, 백제, 신라의기와(총 12점)를 한성백제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고구려 왕릉과 고려시대 기와는 물론, 일제강점기 문화재 조사 분야에도 꾸준히 관심을 이어왔다. 전람회 도록도 고구려 기와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입수했다.
"일본 전국에 있는 각 기관에는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고구려 유물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이러한 고구려 기와를 다년간 조사하던 중에 한국 유물이 일본에 소장된 경위가 궁금해 문화재 반출사에 대해 살펴봤다. 그러던 중 야마나카 상회라는 이름이 자꾸 등장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야마나카 상회는 20세기 초 아시아 최대 고미술 유통업체였다. 오사카 고미술상인 야마나카 데이지로가 1894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중국 베이징 등에 점포를 차려 중국, 조선의 문화재들을 세계 여러 수집가들에게 팔아치웠다. 특히 1923~36년 사이 수십여 차례 전람회를 열어 많은 조선 문화재를 반출해왔다. 이때 야마나카 상회는 다수의 목록을 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 씨는 "그 중 일정 부분의 목록이 일본 박물관과 대학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러한 목록을 꾸준히 찾았다. 야마나카 상회가 일제강점기에 간행한 목록을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싼 목록들이 많았다. 주로 일본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들을 복사해서 연구했다"고 했다.
논문에 공개된 전시 도록 일부 [사진= 주홍규 씨 제공]

논문에 공개된 전시 도록 일부 [사진= 주홍규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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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카 상회는 문화재 관련 전공자 외 일반 사람들에게 그다지 실체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과의 경매에 가끔 등장하는 정도였다. 주 씨의 논문으로 야마나카 상회에 대해 본격적으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문화재 반출 정도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가 진행되진 않았다.

주 씨는 "조사 결과, 이 회사는 한반도의 고급 도자기 취급에서부터 그림, 민예품, 각종 석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 문화재의 거래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골동품 거간꾼들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한국의 문화재를 모아서 팔아야 했을 것이다. 그래야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무거운 탑, 부도, 무덤 관련의 석제품들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부분에 관해 조사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국외소재 문화재재단이 2016년 9월 1일 현재 파악하고 있는 국외 유출된 한국문화재의 윤곽은 스무 개국 16만7968점. 일본의 경우 7만1422(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수량)점 정도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주 씨는 "이러한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기관에서 파악하지 못한 반출 문화재가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는 아직도 파악되지 않은 기관소장의 한국의 문화재 및 개인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가 너무도 많다.

"반출 문화재에 관한 책임 소재를 따지거나 환수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한국의 어떤 문화재가 얼마만큼 외국에 나가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기관 등에서 파악하고 있는 반출 문화재의 숫자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실제 해외에 남아 있는 것을 정확히 확인해 조사하는 것이 환수작업의 시작이라고 본다."

국가나 협조단체에서 공동연구와 실태파악 또는 환수작업은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환수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인재들을 모아서 공동연구나 조사 활동을 수행해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그러한 노력을 각 기관에서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연구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예산만 집행하고 실제 일은 개별 연구자들에게 맡겨 성과물이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면서 "문화재 관련 기관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인재를 다수 등용하거나, 안정적인 조사 연구를 위한 시스템이 빨리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발표한 논문에 수록된 한국 문화재들은 조사 가능한 범주에서 확인된 것이다. 그러므로 더 많은 반출 문화재 관련 목록이 발견된다면 그 규모와 실체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향후 기록에 남아 있는 문화재들의 반환 근거를 찾아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실제 남아 있는 반출 문화재의 경로파악, 실물의 확인, 한국에 협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 씨는 "반출 문화재에 관한 조사 작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시간과 노력, 금액을 투자해서 조사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꾸준하게 전문가를 양성하고 반출된 문화재가 소장된 국가 및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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