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발간된 학술지 '한국유아교육학' 제86집에 발표된 한 논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 논문은 부산 지역의 영유아를 둔 엄마 4명 가운데 3명이 3세 미만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허락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어찌 반응해야 할지 실로 난감하기만 하다.
더욱이 학교 밖에서는 이른바 '스몸비족'이 활개치고 있다. 지난 3월 한 대기업 부설 보험회사 교통기후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인구의 25%가 스마트폰에 빠져 외부와 단절된 채 좀비처럼 사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세상 곳곳에서 잇대어 수많은 사고를 치고 있다.
지난해 1월 교육부와 3개 부처는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 교육부(인성체육예술교육과)는 '2017 인성교육 시행계획'을 내놓았고 관련 보도자료도 5차례 냈다. 그런데 다급한 현실문제이며 또한 가장 중요한 미래문제인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인성교육진흥에 관해서는 어느 한 곳에서도 구체적인 문제제기조차 없었다. 혹시 의도적인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람들의 인성을 해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가이다. 전자기기들의 오남용 문제, 그 가운데서도 스마트폰의 오남용 문제가 아닌가. 온 국민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기관, 즉 총리실이라든지 대통령실에서 나서고 이와 함께 해당 기업들도 나서야 한다. 미국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수년간 세계 20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지난 1970년대 초의 PC 출현과 2007년의 스마트폰(아이폰) 출현 사이인 1994년에 '학교개선법'이 공포ㆍ시행됐고, 또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정부 관계자들이 잘 알면서도 왜들 간과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기업들이 세상에 내놓은 상품들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갖기 마련이다. 앞서 하지 못했다면 뒤늦게라도 역기능에 대비를 하는 것이 양심적인 기업이다. 그렇게 내놓은 상품이라야 '세상 사람들에게 이로운 물건'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관련 기업들이 혹은 대주주가, 정부와 함께이거나 개별적으로 마치 사죄하듯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는 모습을 더는 못 본 척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건강해야 미래에 좋은 시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나서야 비로소 인성교육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상문 소설가·前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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