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인구 500만의 지방분권론 국가적 의제로 강조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론과 맞닿아 있어
중앙-지방의 제2국무회의 충남에서 도입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안희정 충청남도 지사가 지방분권을 화두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경선 이후 몸풀기에 나선 그가 꺼내든 의제라는 점이 흥미롭다. 안 지사의 지방분권 의제는 개헌 등을 통해 '지방분권'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을 측면지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 지사는 23일 SNS를 통해 "명실상부한 분권국가를 향해 나가자"면서 "현재의 17개 시·도를 통폐합하여 최소 500만명 규모의 광역 지방정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등을 언급하며 "자치가 가능한 규모를 갖춘 지방정부로 재편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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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사는 "이 연합들을 모아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들자"면서 "지방 광역정부는 보다 실질적인 힘과 역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재편이)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로 가는 길"이라면서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 대한민국,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 중부권 정책협의회에서도 "핀란드, 덴마크, 싱가포르 등 중소강국의 인구 규모가 500만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이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로 가려면 현재의 광역정부가 실질적 광역정부가 되기 위한 통합 및 실질적인 발전 전략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지사는 직간접적으로 현재의 행정분류 단위를 넘어서 광역 자치단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독자적인 정책 운용이 가능해, 혁신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갈기갈기 쪼개진 지방자치단체 체계로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다른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기 어렵고 규모의 경제도 이룰 수 없어 결국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각각의 지자체가 힘 있고 강력한 곳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될 때, 대한민국 역시 더 강하고 힘 있는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안 지사는 22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제'에 화답하며 충남 지역 기초단체장과 협의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교류와 협력을 이루는 것뿐 아니라 그는 지역자치단체 내부에서도 같은 정책 방향을 실현시켰다.


'지방분권' 화두로 목소리 내기 시작한 안희정 원본보기 아이콘

안 지사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제를 지지한다"면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제안에도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충남판 제2국무회의'인 도정협의기구 상설화·정례화를 제안 드렸고, 동의를 얻었다"면서 "이제 충남도는 도정의 주요정책을 시장·군수님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문제를 전국과 광역 자치단체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와의 관계 속에서도 함께 풀겠다는 것이다. 솔선수범해서 새로운 협의의 대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패배 이후 정치적 행보를 자제했던 안 지사는 지방자치라는 화두에 있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안 지사는 대표적 지방자치론자였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강력한 지방분권이 담긴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그가 이처럼 지방자치를 내세우는 것은 '인서울 아니면 루저가 되는 시대를 끝내자'라는 생각과 맞닿아 있다.


안 지사는 "중앙집중화된 국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현재는 오로지 중앙의 지침, 높은 사람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각자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을 이야기하고,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장에 있는 국민이 주인으로서 일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관료들에 의해서만 개혁되기엔 5000만명 국민의 삶의 현장은 너무 다양하다"면서 "중앙정부는 국가 전체 이익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지역의 과제들은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책임의 권한과 역할을 나누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국가운영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지방자치 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중앙정부가 보지 못한 정책의 사각지대를 지방자치단체는 볼 수 있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작은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을 지방분권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기대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안 지사의 지방자치, 지방분권 강조는 훨씬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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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사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 배경과 관련해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의 참여민주주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던 중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개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이 지방자치라는 참여의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는 탄생했다. 지방분권은 곧 지역 주민의 정치참여를 뜻하며, 이같은 국민들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학습의 강화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노 전 대통령과 안 지사의 머릿속에는 자리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여하는 시민이 있을 때 민주주의 역시 한층 강화되고, 후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도 깔려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환경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방분권 개헌 등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 14일 17개 시·도지사와 간담회에서 "내년 개헌 때 헌법에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권 초인 대통령이 블랙홀 등을 운운하며 개헌에 반대하기는커녕 지방분권 개헌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지방분권의 청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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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강조는 안 지사의 대선공약 승계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뒤 충남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치분권 철학이나 정책,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국무회의 시행 등을 이어받고 싶다"고 밝혔었다.


안 지사는 지방분권 외에도 자주국방 등에 있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충청남도 국방산업발전협의회에서 "국방개혁의 최대 가치가 자주국방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한반도 안보 환경과 무기 체계에 대한 견해를 드러낸 뒤 한국의 국방전략에 대해 "우리나라에 대해 타격을 할 경우 그에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것이 우리가 갖춰야 할 국방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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