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프트 몰락… 올해 공급량 406가구 '역대 최저', 건설형 안짓는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올해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역대 최저치인 400여가구만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직접 짓는 건설형 시프트의 공급은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 시프트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SH공사의 재정 부담이 극에 달하자 불가피하게 내려진 조치로, 시프트 정책의 폐지 수순으로 해석된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SH공사가 최종 확정한 올해 시프트 공급량은 총 406가구다. 연초부터 진행된 서울시내 재건축 공급계획이 이번주 조율되며 시프트 공급 계획도 자연스레 마무리됐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SH공사가 직접 짓는 시프트 공급은 없애기로 했다"며 "매입형으로만 계획된 올해 공급계획안 역시 4일 SH공사와 최종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시프트는 주변 지역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이다. 시장에서는 '전세로또'로 불리며 주거비 부담없이 강남으로 진출할 상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계획된 물량(406가구)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공급량(2056가구)보다도 4분의 1이나 축소됐다. 한때 7000가구 넘게 공급된 때와 비교하면 사실상 올해부터 폐지 정책이 시작된 셈이다.
지역별로는 상반기에 ▲자양4구역(22가구) ▲목1(80가구) ▲응암1(30가구) ▲삼호1차(63가구) ▲고덕4단지(27가구) ▲문래동5가(23가구) 등 총 245가구, 하반기에는 사당1(70가구)과 서초 우성2차(91가구) 등 161가구만 공급된다. 소득기준과 공급가의 괴리로 청약률이 현저히 떨어져 미달 단지까지 발생했던 강남권 시프트는 154가구에 불과하다. 이 물량 역시 서초구 서초동에만 위치했다.
406가구 전 물량이 매입형으로만 이뤄졌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SH공사가 부지를 매입ㆍ조성해 건설ㆍ공급까지 책임지는 건설형 물량은 단 한 가구도 배정하지 않았다. 2007년 이후 SH공사가 건설형 시프트를 내놓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형 시프트는 지난 10년간 공급된 시프트 전체 물량(3만69가구)의 90%인 2만7084가구에 달한다.
서울시는 건설형 시프트 공급 중단을 통해 SH공사의 부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을 늘릴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 탓으로 건설형의 경우 고스란히 서울시와 SH공사가 부담하는데다 매입형 역시 SH공사가 제값에 사고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다보니 손해를 보는 구조다.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을 감안해도 시프트(건설형) 한 가구당 2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대신 서울시는 재건축 매입형 임대주택을 시프트 대신 행복주택 등으로 전환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전세 상품인 시프트와 달리 행복주택의 경우 월세를 통해 SH공사가 일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84㎡대 대형 시프트 역시 공급계획을 최저치로 낮췄다. 올해는 단 16가구만 공급할 예정으로 나머지는 모두 59㎡에 맞췄다. 시장에서는 59㎡로 잡힌 시프트 물량 중 일부는 45㎡대 행복주택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서민 주거정책을 확대하는 동시에 SH공사의 부담까지 줄이는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올해 축소된 시프트 공급계획도 이 일환으로 서민임대 공급에 소홀하지 않도록 대안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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