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급한 마음에 스터디·필사까지…몸이 10개라도 모자라 '한숨'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요새 입사시험에 합격한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서 보면서 필사까지 해요. 취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0.001%라도 있으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는 거죠."
취업준비생 조모(26)씨의 말이다. 조씨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여러 기업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는데 1차 서류 통과율이 한 자리 수일 정도로 높지 않은 편이다. 조씨는 "토익 900점대에 학점이 3점대 후반이고 관련 직무 인턴도 했는데 서류에서 자꾸 떨어지니까 자기소개서가 문제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자소서 잘 쓰는 법을 찾고 찾아서 해보다가 합격 자소서 필사까지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소서 스터디를 하는 경우도 있다. 스터디에서는 자소서의 논리력을 키우기 위해 신문 사설을 같이 읽거나 기사를 읽은 뒤 소제목 짓는 연습을 한다. 또는 작성한 자소서를 토대로 스터디원들끼리 첨삭을 해주기도 한다.
공채 시즌에는 하루에 자소서 하나 쓰는 것도 걱정이다. 자소서 하나를 쓰는 데 들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지원한 취준생들은 자료 검색·수집에 하루 평균 182.8분(3시간), 자소서 작성에는 하루 242.4분(4시간)의 시간을 투자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공채에 도전하고 있는 김모(25)씨는 "어쩔 땐 하루에 자소서를 2~3개씩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몸이 10개라도 모자라다"고 털어놨다.
자소서를 쓰다보면 느껴지는 자괴감도 피해갈 수 없다. 김모(25)씨는 "자소서 항목을 읽고나면 '내가 25년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살았던 건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컴퓨터 모니터만 켜둔 채 고민에 빠지기 일쑤다"라며 "500자 때문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내 모습이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인 적도 많다"라고 얘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소서에 대한 걱정과 합격에 대한 부담이 쌓이면 실제로 우울감 혹은 자괴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며 "특히 자소서를 급하게 쓰려다보면 긴장해서 더 안 써질 수 있으니 시간을 적당히 두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감성을 수시로 어딘가에 적어보는 게 걱정을 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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