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외이사 백태]정경유착 근절 헛구호…또 낙하산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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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지연진·조유진 기자]"정부 낙하산 인사가 경영에 방해가 됐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해 9월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낙하산 인사가 대우조선의 건강한 경영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네,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한 "대우조선은 'CE0 리스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지적에도 "맞다"고 동의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는 전임 경영진인 남상태ㆍ고재호 전 사장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후 대우조선에는 사외이사 17명, 고문 60명 등 낙하산으로 내려갔다. 대우조선은 이를 다 받아줬다. 낙하산 사외이사는 견제나 감시는커녕 보험도 되지 못했다. 이 낙하산 대열에는 대우조선 주인인 산업은행 출신들도 합류했다. 산은은 낙하산 금지의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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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인맥이 현대상선으로 간 이유

한진해운 파산 후 유일한 국적선사로 새 출발한 현대상선은 지난해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산업은행(14.15%)이 최대주주다. 현대상선은 오는 24일 주총을 열어 신한캐피탈 상임고문인 황영섭씨, 김앤장 고문인 김규복씨, 서진에너지 회장인 전석홍씨 등 3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이들 3명은 모두 금융권 출신이다. 해운업에 전문성이 있지도 않다. 황영섭씨는 신한캐피탈에서만 경력을 쌓아온 정통 금융맨이다. 전석홍씨는 2005년 우리은행 수신서비스센터 센터장을 거쳐 2009년 선박투자회사인 세계로선박금융 감사를 역임하기는 했지만 2006년 17대 대통령선거 재정금융위원회 상임부위원장, 2012년 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나섰던 이력이 있다.


이들 모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과거에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김규복씨는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지냈다. 사외이사는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를 포함해 4명을 유지한다. 반대로 사내이사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보수한도를 35억원에서 25억원으로 낮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것은 위기 신호를 간과한 부실경영과 경영감시에 소홀했던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에 발목 잡힌 유통가, 관 출신 사외이사 공들여

중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을 당하고 있는 롯데에서 보듯 유통업계의 최대 리스크는 정부의 규제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대기업 유통회사에 대한 규제는 강회될 조짐이다. 유통업계에서 유독 정부부처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모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은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안영호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마트도 국세청 차장을 지낸 이전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새로 선임했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24일 주총에서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강형원 세무법인 정우 대표를 새로 선임한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를 눈앞에 둔 CJ그룹도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들이 대거 포진한다.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은 ㈜CJ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CJ오쇼핑은 김종빈 전 검찰총장에 이어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새로 선임한다. CJ E&M은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CJ헬로비전은 채경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재선임한다.


-변화의 조짐… 삼성 롯데 포스코 등 주도

재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삼성은 엘리엇 사태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이달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향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 외 다른 사내이사 내지는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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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올해 신임 혹은 재선임 사외이사 중 권력기관 출신 인사가 없다. 롯데그룹의 경우 신임, 재선임 사외이사 13명 중 권력기관 출신은 정중원 전 공정위 정책국장(롯데손해보험) 등 두 명뿐이다. 한때 사외이사 절반 이상을 관피아(관료 마피아)로 채운 롯데쇼핑은 최근 학계와 기업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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