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생, 1년 동안 세계여행 경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등 한 것보다 1년 세계여행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갑자기 인생에 회의감이 몰려들 때 인간은 훌쩍 떠나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서. 휘몰아치는 고독과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고 싶은 것일까.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박성호 씨(25)도 다르지 않았다. 박 씨는 2014년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했다. 복학해 자신의 본분인 공부에 매진했다.


▲박성호 씨.

▲박성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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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제대 후 복학해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결과 학과 1등을 차지했는데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변화와 자극이 필요했다. 박 씨는 배낭 하나 메고 훌쩍 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준비가 철저할 필요도 없었다. 비행기 값 80만 원과 여비 50만 원이 전부였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위해 떠났다. 호주 시골의 바나나 농장에서 궂은일을 하면서 세계 일주를 위한 1000만 원의 돈을 모았다.

그렇게 2015년 시작된 세계일주 여행은 1년 동안 계속됐다. 6대륙 20개국 9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 호주 바나나 농장에서 그의 생활은 최악이었다. 산 속 캠핑장에 매트리스 하나만 달랑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았다. 벌레도 많았다. 낮엔 사우나, 밤에는 냉동실 같은 곳이었다. 1000만 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능한 쓰는 것을 아껴야 했다. 3개월 동안 매일 하루 한번 파스타를 직접 요리해 그걸로 두 끼를 먹으면서 독하게 돈을 모았다.


"힘든 환경에서의 도전과 경험은 물질적 행복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목표가 있다면 과정 속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신을 갖게 됐습니다."


세계여행이라는 큰 목적이 있었기에 바나나 농장에서의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인생의 밑거름이 됐다고 박 씨는 되뇌었다. 그런 고통 뒤에 찾아온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잊을 수 없어요. 세렝게티에서 몇 시간 떨어진 마을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운전사와 요리사를 고용했습니다. 캠핑 장비와 큰 지프를 빌려 4일 동안 세렝게티 1000㎞를 달렸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더군요. 사자, 코뿔소, 치타, 표범, 기린 등 많은 동물을 본 것 같아요. 밤에 텐트에 혼자 들어가 침낭을 덮고 있으면 밖에서 동물 울음소리가 들려요. 무섭다는 생각보다 그냥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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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17일 카이스트를 졸업했다. 독특한 이력으로 이번 졸업식에서 박 씨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졸업 후 계획에 대해 박 씨는 "이미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취업한 친구들에 비해 늦었다는 불안감도 드는데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닐 것"이라며 "앞으로 1년 동안 미래해 대해 더 고민하고 조금 늦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동안 여행을 한 뒤 느낀 것에 대해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는 것이 (한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성호 씨는 1년 동안  6대륙 20개국 9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

▲박성호 씨는 1년 동안 6대륙 20개국 9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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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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