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글로벌 시장 뛰는데…발목 잡는 BIS비율 '함정'
해외법인 자본금, '환율·시장' 리스크로 韓본사 '위험가중자산'에… 2019년 바젤Ⅲ 도입 앞둬 '고민'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관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한 자본금이 국내 본사에선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 진출 국가에 따라 해외 사업을 확장하면 할수록 BIS비율 하락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진출한 해외 국가는 총 39개국(2016년 6월 기준)으로, 3년 전(2013년말 34개국)에 비해 5개국 늘었다. 같은 기간 현지에 설립된 법인 수도 41개에서 47개로 늘었다. 은행들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의 수익성 차별화에 한계를 느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은행이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자본을 투자할 경우, 해당 자금이 달러나 현지 통화로 전환되기 때문에 국내 본사 재무제표 상 '외화 유가증권' 항목으로 분류된다. 즉 해외 주식과 마찬가지로 인식돼 자회사(해외법인) 투자금 임에도 불구 환차익이 발생한다. 이는 법인을 없애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이상 실제 손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회계상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 국내 본사 순이익을 산출할 때는 내부 투자금인 만큼 연결기준 상계처리된다.
그러나 외화증권 자체가 변동성 리스크가 있는 자산인 탓에 BIS비율 산출의 모수가 되는 위험가중자산으로 포함되는 점이 은행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BIS비율은 총위험가중자산 중 자기자본 비율을 산출한 자본적정성 지표로, 보유 자산의 위험가중치가 늘어나면 수치가 하락하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가별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달 통화와 운용 통화가 다를 경우 해외 투자 자본금이 '시장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돼 BIS비율에 영향을 준다"며 "경우에 따라 해외 리테일 영업을 강화해 현지 자본금이 늘면 늘수록 국내 위험가중자산이 커져 자본적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 이유는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달러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존 해외 금융사들의 경우, 특별히 현지 통화만 인정하는 국가를 제외하면 환 리스크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국은 베트남ㆍ중국ㆍ홍콩ㆍ인도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66.5%(2016년 6월, 점포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 다수가 달러 혹은 현지 통화만 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원→달러→현지통화'의 최대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부 은행은 아예 기축통화인 달러로 통화스왑을 걸어 환 리스크를 헷징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비용이 발생한다.
은행권은 2019년부터 바젤Ⅲ 도입으로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금융 당국은 이에 맞춰 BIS비율을 14%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주요 은행 BIS비율은 신한은행 15.8%, KB국민은행 16.32%, KEB하나은행 16.79%, 우리은행 15.5% 등이다. 향후 자본적정성 관리가 강화될수록 BIS비율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은행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경험으로 금융 당국이 외화 유출에 민감하고 특히 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역시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면서도 "향후 은행들이 해외진출을 많이 하게 될 텐데 BIS비율 관리가 타이트해지는 점은 부담요인인 데다, BIS 지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해외 자회사 투자금에 대한 포지셔닝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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