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다"…용산참사 8주기 맞아 '추모·성찰' 열기
서울시 백서 발간, 전시회, 집회 등 열려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여기 사람이 있다".
2009년 1월20일 용산 4구역의 철거민들이 무분별한 강제 개발에 반대하며 농성하던 망루를 경찰이 강제 진압·해산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 1명과 철거민 6명이 숨졌다. 이른바 '용산 참사'다. 불이 나고 무너져 내리던 망루에서 죽어가던 철거민들은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절규했지만 아무도 구해내지 못했다.
당시 검찰은 화재 원인을 철거민들이 뿌려놓은 다량의 인화성 물질에 철거민 중 누군가가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 또한 참사 발생 원인을 철거민들에게 물어 이 사건으로 기소된 철거민 등 관련자 9명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서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다.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21일 오후 3시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는 13차 촛불집회의 사전 행사를 겸해 용산참사 8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강제퇴거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발언대'가 진행됐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 때문에 시야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에서 나온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자리를 잡고 "우리는 잊지 않았다. 용산을 기억하자", "여기 사람이 있다. 함께 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들 앞 책상 위에는 알록달록한 색지로 만든 모형 집과 바람개비가 놓여 있었다. 사회자는 이 마을의 이름을 '더 이상 쫓겨나지 않기를 바람'이라고 표현했다. 바람개비에는 '잊지 말자 용산'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용산참사 유가족 대표로 이날 발언대에 나온 전재숙씨는 "8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고 달라진 게 없다"며 "우리는 힘 없는 용산 유가족이자 식구들이다. 여러분이 저희에게 힘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강제퇴거를 당했거나 퇴거를 앞둔 용산·남대문·아현동 노점상인 등 많은 시민들이 이날 발언대로 나와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또 다른 용산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20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서울시청사에서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이라는 주제의 8주기 작품전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사진, 조각, 그림 등 용산참사와 관련된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용산참사를 기억할 수 있다. 특히 '사진으로 보는 용산참사 과정'은 참사 당일부터 아이린 칸 엠네스티 사무총장 현장 방문, 희생자 영결식 등을 20여장의 사진에 담아내고 있다.
전시회 한 곳에 마련된 소원 나무에는 이미 이곳을 다녀간 시민들이 적어둔 '다시는 쫓겨나는 사람이 없는 세상', '철거민도 사람이다' 등의 문구 등이 눈에 띈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용산참사 백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는 1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수사기록 및 판결문, 소송 및 각종 인허가 서류, 9천여 장의 영상·사진자료, 학술지 및 출판서적, 언론보도 등 용산참사와 관련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검토해 이를 230여쪽에 이르는 백서로 만들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사실 8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용산이 과거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는 게 아니라 참사들이나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 제대로 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통해 재발 막아야 한다. 백서도 이런 의미를 갖고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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