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취임한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1996년부터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무디스 퇴임 당시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부사장이었던 그는 대표적인 한국 및 아시아 경제통으로 불렸다. 1997년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지난 1976년부터 3년간 미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머물렀고 이때 한국인 부인도 만나 결혼했다. 사진=김근철 특파원 
 

지난해 8월 취임한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1996년부터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무디스 퇴임 당시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부사장이었던 그는 대표적인 한국 및 아시아 경제통으로 불렸다. 1997년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 지난 1976년부터 3년간 미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머물렀고 이때 한국인 부인도 만나 결혼했다. 사진=김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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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한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해가기 위해선 먼저 리더십 위기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이후 장기적 과제인 구조개혁과 가계 부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경제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토마스 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현재 한국 경제가 성장 둔화의 구조적 위기 속에 탄핵 정국 과정 속에 정치적, 리더십 위기까지 겪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틀이 아직 건강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위기를 해결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번 회장은 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맞이하며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ㆍ미 관계에 대해서도 "한국이 단순히 무임승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미국에)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번 회장과의 신년 인터뷰는 지난 달 28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코리아소사이어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최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상황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이미 한국의 11월 소비심리는 국내 경기와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 등의 영향을 받아 급랭했다. 여기에 이른바 '재벌' 기업들이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올라있어서 기업 투자심리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이 미치는 파장의 범위는 결국 한국이 리더십 위기를 질서있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최근 최순실 사태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부패, 특히 정격유착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월드 뱅크(WB)와 같은 국제 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이른바 선진국가에 비해 부패 관리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월드 뱅크 조사는 한국의 부패 관리가 '법의 지배(법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 강력한 법의 지배를 통해 부패를 낮춰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도 2.7%에서 2.4%로 낮췄다. 한국이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까지도 있다.


▲한국 상황은 장기불황에 빠졌던 당시의 일본과는 다르다. 한국의 금융기관과 기업 부문은 당시 일본처럼 약하지 않고 한국의 실물 시장 역시 그만큼 과대평가돼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이 내수 경제를 진작시키고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들을 신속히 추진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 곡선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최순실 사건' 여파 등으로 한국 국회에서 이와 연관된 법조차 처리되지 않는 것은 우려된다.


-한국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는 물론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성장 둔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단기적으로는 리더십의 위기 해결이 급선무다.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투자 활성화도 상당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 서비스, 교육 분야에 대한 구조 개혁을 통해 매년 잠재성장률 1% 포인트 더 성장할 수 있다. 이 문제만 잘 추진해도 한국은 다시 3% 이상의 성장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현 상황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축소해가는 것은 힘들고 중요한 과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와중에 부동산 모기지 압류와 청산 등의 (힘든) 과정을 통해 가계 부채를 줄였다. 이런 방식은 매우 고통스런 과정이었다. 한국의 경우, 주택 위기는 그만큼 절박하지는 않고 당장 시장을 침체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는 가계 지출을 억제하고 결국 경제 성장을 억누르게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과거와 같이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를 이끌어줄 외부 자극 요인을 찾기 힘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중요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신통한 결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이문제에 대한 견해는.


▲기본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은 민간 부문에서 찾아내야 한다. 일단 한국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적자원들이 많고, 이들이 창의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선진 경제 국가들에선 서비스 분야가 (성장 동력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선 이 분야는 진입 장벽 등에 대한 규제완화가 더 필요한 분야다.


활발한 기업창업(스타트 업) 문화도 아직 주요 선진 경제에 못 미친다. 특히 미국에 견주어보면 아직 이 분야가 미진하다. 이를 적극 지원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기존의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가에 당장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핫 머니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특히 경제 펀더멘틀이 약한 나라의 경우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반대측면도 봐야 한다. Fed는 미국이 강하고 경제가 확장적일 때만 금리를 올리게 된다. 그런 조건은 한국처럼 수출 경쟁력이 있는 국가 입장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 Fed에 맞서지 말라. (Don't fight the Fed.) 사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자본 유출 규모는 한국을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로 몰고 갈 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한은은 미국 금리 인상과는 반대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가계부채와 한계에 다다른 산업 분야 등은 그와 반대 리스크로 존재하고 있다. 한은이 금리 관련 결정을 내릴 때 후자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한다고 생각한다.


-2017년 미국과 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Fed는 트럼프 당선 효과로 인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0%대에서 추가로 더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월가의) 민간 경제기관들은 '트럼프 효과'로 인해 2017년과 2018년 미국 경제성장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은 중국에게도 정치적 매우 중요한 해다. 특히 11월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 19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린다. 이를 염두에 두고 중국 정부는 6~7%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 주목 할 중국의 경제 정책 리스크는 중국 기업 부채 관리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60%나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급속히 축적되고 높아졌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추진할 것이고 이는 한국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고 나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과 한미 FTA 재협상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 유세과정에서 (한국과 관련해) 주로 강조했던 분야는 동맹국들의 비용 부담과 관련된 문제였다고 본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 봐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선 열려있는(open) 상태로 보고 있다. 현재까진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에 집중돼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 등 한미 동맹 문제도 주요 현안이 될 것 같다.


▲트럼프는 북태평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한국과 일본 등이 방위 비용을 제대로 분담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결코 '무임승차(free-rider)' 국가가 아니다. 한국은 다른 동맹국에 비해 더 많은 GDP 2.6%를 방위비로 쓰고 있고 주한 미군 주둔비용의 52%를 분담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달리 미국으로부터 군사원조도 받지 않는다. 이런 점을 명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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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미 관계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하고 마침 코리아소사이어티도 창립 60주년이 된다. 번 회장의 올해 주력 사업 구상은.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미 양국 상호 간 이해와 협력 증진을 목표로 1957년 설립됐다. 변함없이 이 목표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경제 비지니스 분야의 양측 이해 증진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한국의 탄핵과 새로운 한미관계 정립에 대한 기고문을 미국 언론에 지속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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