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6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모자와 목도리 등이 입혀져 있다.(아시아경제 DB)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모자와 목도리 등이 입혀져 있다.(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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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종합 보고서로 강등됐다.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백서'를 백서가 아닌 종합 보고서 형태로 발간할 예정이다. 백서와 보고서는 정부의 판단과 정책적 내용이 있고 없고의 차이로 구분된다. 백서를 포기하고 종합 보고서 형태로 된 '사실상의 백서'를 낸다는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논리를 가급적 빼고 민간 연구자들 주도로 기록된 피해 사실을 중심으로 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안부 백서 만들기의 시작은 거창했다. 김희정 전 여가부 장관은 2014년 낸 보도자료에서 "1992년 일제하 군대 위안부 실태조사 중간보고서 발간 이후 새로운 자료와 연구 성과 및 국제 사회 목소리를 근거로 발간하는 백서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가 약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28일 한일 합의 이후부터로 보인다. 지난해 초부터 여가부는 백서에 관한 언급을 대부분 회피했다. 백서 관련 비용은 발간이 아닌 연구용역 예산이라며 딱 잘랐다. 방점은 내년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찍혔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지난 6일 내년도 여가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정부 백서로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정부의 의견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연구용역을 한 분들 전체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전문가 의견을 싣는 보고서와 화해치유재단 후속 사업, 합의와 관련된 내용과 정부 의견이 혼합이라서 완벽하게 백서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뜻이지 백서 발간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정부가 보고서 형태로 내는 것이 백서의 의미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해석해보면 12·28 합의에 관한 논란이 많고 일본 눈치를 보느라 백서로 만든 백서를 백서로 부르지 못 한다 정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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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의 눈치 보기가 안타까운 이유는 우리 예산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정부 기관이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20여년동안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애썼다. 올해는 할머니들의 외상 후 장애를 돕기 위한 호스피스 병동 입원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12·28 합의 이후 화해치유재단이 생겨나면서 여가부의 노력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합의 이후 일본이 출연한 10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100억원정도 되는 금액을 화해치유재단 주도로 피해 할머니들께 차등 지급하면서 돈 몇 푼에 할머니들의 자존심을 팔아 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백서가 종합 보고서가 된 것도 결국 이 날 합의 때문은 아닐까.

당초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해 위안부 피해 실태를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린다는 백서의 방침은 영어 번역 정도로 축소된다. 종합 보고서로 강등시켜야만 하는 우리 정부의 철학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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