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모델이었던 훤칠한 성니콜라스, 코카콜라 광고 이후 빨간 옷 입고 뚱보 땅딸보로 변신
크리스마스가 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이가 산타클로스다. 크리스마스의 중요 이벤트며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선물 증정도 산타클로스 역(役)이 있어야 가능하니 그 모습은 12월이면 어김없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하얀 수염을 기르고 넉넉한 몸매에 빨간색 옷을 입은 인정 넘쳐 보이는 할아버지 말이다. 하지만 실제 산타클로스는 뚱뚱하지 않았고 빨간 옷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깡마르고 키가 컸다. 지금 우리가 아는 산타클로스와 공통점이라면 선물을 나눠줬다는 정도.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는 어쩌다 이렇게 정반대로 바뀌었을까.
산타클로스의 실제 모델은 4세기 경 실존했던 인물인 '성(聖) 니콜라스'다. 그는 어린 아이들을 좋아해 매년 12월 작은 선물을 나눠줬다고 한다. 또 가난한 사람의 신발에 몰래 돈을 넣어두는 등 자선을 베풀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가 유럽에 퍼졌고 네덜란드에서는 성 니콜라스, 즉 세인트 니콜라스를 '산테 클라아스(Sante Claas)'라고 발음했다. 이 네덜란드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해 뉴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를 만들어 살면서 산테 클라아스의 이야기가 미국에 전해졌다고 한다. 뉴 암스테르담은 지금의 뉴욕이다. 그리고 산테 클라아스는 미국식으로 산타클로스가 됐다.
그렇다면 성 니콜라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정교회의 주교였던 그의 외모는 우리나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마포에 한국정교회의 성 니콜라스 성당이 있는데 이곳 입구에는 그의 모습이 모자이크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 이 모자이크를 보면 성 니콜라스는 머리는 하얗지만 숱이 많지 않고 흰 턱수염을 기르고 있다. 약간 측면을 응시하는 눈빛은 형형하다. 하지만 그의 외모에서는 살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산타클로스를 야위고 키가 크며 기품 있는 존재로 여겼다고 한다.
깡마른 산타클로스가 뚱뚱해진 것은 19세기 이후였다. 독일계 미국인 만화가 토마스 내스트가 잡지 삽화에 자신과 비슷한 통통한 모습으로 산타클로스를 그린 것이다. 여기에 흰 수염과 함께 인정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의 이미지도 더해졌다. 뚱뚱해진 산타클로스가 빨간 색 옷만을 즐겨 입게 된 것은 코카콜라의 광고 때문에 굳어진 이미지라는 게 통설이다. 1930년대 겨울철 매출이 급감하자 코카콜라는 산타클로스를 활용한 광고 전략을 세웠는데 이때 회사 로고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두드러지게 쓰였다는 것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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