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거짓말의 무게를 재는 '거짓말 저울'이 있다면? 황당한 소리 같지만, 실은 저 저울에 당장 올려놓고 싶은 것들이 주변에 널렸다.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호언장담부터 '금방 도착한다'는 중국집 주인의 자신감, '나는 너만 할 때 말이야'로 시작하는 부모의 잔소리,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할 것'이라는 연인의 속삭임, 그리고 '이 회사에서 뼈를 묻겠다'는 신입 사원의 취중 웅변까지.
혹시 저울이 견딜지 모르겠지만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정치인들의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어쩌랴. 거짓말 저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 세상은 거짓말로 넘쳐흐르고 있다.
성석제는 단편소설 '거짓말에 관하여'에서 "재미있는 거짓말이야말로 일상의 반복, 권태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이라며 '거짓말 예찬론'을 펼쳤지만 거짓말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물들도 '생존을 위한 위장'이라는 거짓말을 종종 하는데 현존하는 '동물 챔피언'은 바로 이 녀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1971년생의 고릴라 코코.
어려서부터 과학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코코는 인간의 단어 2000여개를 이해하고 1000개 정도를 수화로 표현한다. 애완용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데 한 번은 자기가 벽에서 싱크대를 뜯어놓고는 고양이 짓이라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지구상 최고의 거짓말쟁이는 단연 인간이다(거짓말 능력은 전두엽 크기에 비례한다).
거짓말 심리학자인 로버트 펠드먼에 따르면 사람들은 10분에 3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 다만 소시민들의 이런 거짓말은 대부분 악의가 없는 것이어서 탈무드는 이를 '하얀 거짓말(White Lie)'이라고 칭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날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밤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다녀가셨나 보네"라고 하거나,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가 미안해할 때 "나도 온지 얼마 안됐어"라며 웃어 넘기거나, 동료의 옷차림이 '응답하라 1988'을 연상시키더라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칭찬하는 행동 따위가 그렇다. 우리는 직설화법이 갖는 불편함과 민망함을 피하기 위해 하얀 거짓말로 삶에 윤활유를 칠하는 것이다.
문제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최순실 특검 수사가 진행될수록 국민들은 저들의 위선과 허위와 가식에 진저리친다. 언제는 "죽을 죄를 졌다"며 읍소하더니 이제 와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버티는 후안무치의 최순실. "(최순실을) 결코 알지 못한다"더니 증거가 나오자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은 위선적인 김기춘.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아몰랑'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저들의 국정농단은 머잖아 명명백백 밝혀지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저들을 거짓말 저울에 올려놓고 싶은 심정 간절하다. 저들이 입을 열 때마다 바늘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면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고픈 것이다. 그렇게라도 사회정의를 실현하고픈 것이다. 그러니 산타클로스여!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거짓말 저울'을 선물해주시길.
* 2016년 병신년(丙申年) 끝자락에 닭들이 고생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를 앞두고 홰를 치며 목청을 돋워도 모자랄 판에 연일 골골거리다가 몰살 위기에 놓였다. 잡설에 따르면, 원래 닭들은 엄격한 계율에 따라 자살을 할 줄 모르지만 자기들보다 더한 '닭짓'을 해대는 인간세상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자 독감에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병사'를 위장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