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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1930년대 대공황의 교훈…긴축정책 민낯 들여다보기

최종수정 2016.12.16 09:46 기사입력 2016.12.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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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긴축 :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긴축 :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긴축, 긴축, 긴축. 세계 어디를 가나 심상치않게 들리는 소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앞다투어 '돈 풀기' 정책을 펼쳐왔던 세계 중앙은행들이 하나둘 '긴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5일 금리인상에 나섰으며, 내년에도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이 신호탄이 되어 유럽과 일본 역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할 분위기다. 심지어 브라질은 최근 향후 20년간 예산지출을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고강도 긴축안까지 내놓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늘어나는 국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긴축 대열에 동참해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주도해서 펼쳐온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고수해야 할까.

마크 블라이스(48) 미국 브라운 대학 국제정치경제 교수가 쓴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를 보면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우선 '긴축'의 정의부터 다시 보자. "긴축은 임금과 가격 그리고 공공 지출 삭감을 통해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취지의 자발적 디플레이션 정책이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은 국가 예산, 부채, 그리고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블라이스 교수가 하려는 말은 지금부터다. "긴축정책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된 것들과 긴축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이유라며 장황하게 제시된 논리들은 대체로 위험한 헛소리다."

대표적으로 1920~30년대 각 국의 사례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1930년대 미국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흥청망청 쓰면 번영에 이를 수 없다'며 긴축을 실행했다가 대공황을 낳았다. 영국은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5년에 걸친 긴축정책을 시행한 끝에 1925년 금본위제(금에 연동해 통화가치를 정하는 고정환율제도)로 복귀했다가 실업률 상승과 재정적자 악화 등의 결과만 초래했다. 독일은 1930년 총리에 오른 하인리히 브뤼닝이 전쟁 불황을 극복하고자 2년에 걸쳐 긴축정책을 시행했지만 경제적 혼란만 가중됐다. 이는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2년 후 선거에서 나치당을 지지해 나치의 집권을 가져온 비극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1929년 출범한 하마구치 내각의 긴축정책은 일본을 역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몰고 갔고, 결과적으로는 군국주의로 가는 길을 열었다. "긴축은 그저 실패만 했던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가 1930년대의 교훈을 잊어버린다면 역사는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그 불길한 징조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났다. 2010년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이른바 '피그스(PIIGS)' 국가들의 국가부채 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긴축의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의 과도한 복지 지출 등 방만한 재정 운영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저자는 여기서 세간의 오해를 바로잡는다. 유럽 국가들의 부채 문제는 잘못된 재정 운영 탓이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형은행 구제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떠안았기 때문이다.

당초 유럽 은행들이 위험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피그스 국가의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인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다. 이들 은행들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내세우며 국가가 자신들을 파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확신에 '자산 불리기'에 몰두했다. "거대한 도덕적 해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은행위기가 재정위기로 둔갑하게 됐고, 긴축정책이 시행됐다. 탐욕스러운 은행의 잘못을 온 국민이 뒤집어쓰게 된 셈이다. 저자는 이처럼 현재의 긴축정책으로는 "하위 소득 계층이 상위 계층이 초래한 문제의 해결 비용을 내라는 불공정한 요구를 받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다시 양극화 심화, 포퓰리즘, 극단적 민족주의로 우리를 이끈다.
아이슬란드의 사례도 눈여겨 볼만하다. 금융위기 당시 아이슬란드는 과감하게 부실 은행을 청산했고, 그 결과 건전한 실업율과 경제성장률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은행을 구제하는 데 엄청난 재정을 투입할 게 아니라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은행이 파산하도록 두는 게 더 현명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대신 국가부채 문제는 채권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금융억압'과 최고 소득 계층을 겨냥한 세금 등 증세로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

"노동자들이 은행가들을 구제하는 시대를 사는 현 세대"에게 '긴축'은 불공정한 일이다. '긴축의 시대'에는 스코틀랜드 시골 출신의 아이가 후에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가 되어 '긴축'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는 상황도 불가능해지니까 말이다.

(긴축 :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 마크 블라이스 지음 / 이유영 옮김 / 부키 / 2만2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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