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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총수 청문회]시총 696兆, 국회 앞에서 올스톱

최종수정 2016.12.06 14:04 기사입력 2016.12.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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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 기업청문회로 변질…산적한 경영 일정 뒤로 한 채 국회출석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대부분 고령인 데다 수술까지 경험한 이들도 있어서 걱정이다. 건강문제에 대한 배려를 기대했는데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분위기라니…."

재계는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움과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기업 망신주기, 여론재판 청문회가 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최순실씨 등 핵심 증인은 모두 빠진 채 재계 총수들만 불려 나갔다. 주요 그룹들은 산적한 경영 일정들을 뒤로 한 채 국회의 부름에 응답했다.
[재계총수 청문회]시총 696兆, 국회 앞에서 올스톱

◆재계 총수 출석, TV 생중계= 6일 재계 총수들의 국회 출석 장면은 TV 생중계를 통해 전국에 전달됐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국회 본청 일반인 출입구 앞은 취재진과 기업 관계자, 국회 직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오전 9시25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도착했다. 감색 양복에 청색 계열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 부회장은 수행원 없이 홀로 나타났고, 직접 출입증을 바꾼 뒤 국회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담담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9시34분 최고령자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양복에 연한 청색 계열 넥타이 차림이었다. 정 회장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청문회에서) 잘해야죠"라고 짧게 답변했다. 정 회장은 간혹 미소를 보이며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기업이 피해자라는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오늘 설명회가 기업들 입장을 설명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GS그룹 회장)은 기업 후원금을 둘러싼 질문에 "억울하다"고 대답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국회 출석은 9시45분 구본무 LG회장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현장에서는 일부 단체의 '기습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혼란을 막고자 포토라인을 준비했지만, 돌발 상황을 막을 수는 없었다.

◆'5공 청문회' 데자뷔= 이번 청문회는 여러 측면에서 1988년 5공 청문회와 비교된다. 당시에도 한국 경제를 책임지던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그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GDP는 1조4102억달러에 이른다.

경제 규모는 7배 성장했지만 정치권력 앞에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처지는 변함이 없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차는 날아갈 듯 냈고, 2차는 이치에 맞아서, 3차는 편하게 살라고 냈다"고 답변했다. 과거에도 국회의원들의 호통치기, 망신주기 질의가 논란이 됐는데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런 모습은 재연됐다.

◆밤을 잊은 청문회 준비= 이날 재계 총수들의 출석 전까지 주요 그룹들은 숨 가쁘게 움직였다. 청문회 가상 상황을 연출해서 질의응답을 연습하기도 했다. 언론 경험이 있는 임원들의 도움을 얻어 재계 총수들의 발음과 시선처리까지 고민했다.

주요 그룹 사옥은 5일 자정을 넘겨 6일 새벽에 이르기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점검에 점검을 거듭했다. 비상 대기 상태로 현장을 지켰다. A그룹 관계자는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것 같다. 비서실·대관·홍보 등 담당 직원들이 충분히 준비했지만 그래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최순실 청문회를 한다고 해놓고 최순실씨는 빠진 기업 청문회가 돼 버렸다"면서 "청문회가 끝나고 특검 수사까지 끝낸 뒤 거론된 의혹이 해소된다고 해도 이미 훼손된 기업 이미지는 누가 책임질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9개 기업집단의 시가총액은 696조원(한국거래소 10월 발표자료 기준)에 이른다. 국회의 부름에 수백조 원 규모의 기업집단들이 일손을 놓은 채 멈춰선 셈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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