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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바이에른의 안첼로티는 펩의 망령과 싸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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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버리고 과르디올라 카피 버전으로 고비 넘었으나 ‘임시변통’

바이에른 뮌헨과 마인츠 경기 포메이션 [사진=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

바이에른 뮌헨과 마인츠 경기 포메이션 [사진=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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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구팬들은 ‘레바뮌’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말이니까. 열정적이고 창의력이 넘치는 축구 팬들은 최근 수년 간 리그 및 유럽대항전에서 극강(極强)의 모습을 보여온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그리고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을 묶어 신조어를 창조했다. ‘레바뮌’은 가상공간인 축구게임에서조차 월등한 경기력을 보이기에 ‘게임비’가 걸린 결정적인 순간이면 반드시 꺼내 드는 마지막 카드이기도 하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의 인기와 위상은 비교할 팀이 많지 않다. 지난 주말 ‘엘 클라시코’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다소 투박한 경기력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FSV 마인츠 05를 상대로 새로운 전술적 변화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세련된 경기력으로 승리를 거두며 오랜만에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추격자’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 마인츠와의 분데스리가 13라운드 원정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이번 경기를 잡지 못한다면 무패의 선두 RB 라이프치히의 경기 결과에 따라 승점차가 6점까지 벌어질 수 있었다. 실제로 라이프치히는 다음날 샬케04를 2-1로 누르고 승점 33점 고지에 올랐다. 또한 이 경기는 최근 대내외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경기였다. 이번 경기에서 안첼로티 감독은 몇 가지 눈에 띄는 전술적 변화를 시도했고 올 시즌 홈에서 1패만을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보여주던 마인츠를 상대로 짜릿한 3-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위기의 남자’ 안첼로티의 승부수
안첼로티 감독은 비판에 시달려왔다. 독일축구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의 전설적인 골키퍼 올리버 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첼로티의 축구는 펩 과르디올라(현재 맨체스터 시티) 감독 때보다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첼로티처럼 한 가지 시스템만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오늘날 현대축구에서 과연 통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주전 센터백 제롬 보아텡도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로 경기하고 있다. 그 결과, 수비로의 전환이 늦어져 상대팀이 여유를 갖고 공격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드리블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볼 소유권을 자주 뺏기고 전반적인 경기운영이 너무 느려졌다”고 짚었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 언론은 일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과체중에 시달리고 있으며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첼로티 감독의 팀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빌트(Bild) 또한 뮌헨의 일부 스타 선수들이 안첼로티 감독이 진행하는 훈련의 수준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안첼로티 감독은 “모든 훈련은 항상 선수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잘 준비돼 있다”며 “선수들의 몸 상태가 부진의 원인이 아니다. 팀 전체가 전술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안첼로티 감독은 “마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일주일이라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통해 선수들과 전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실 안첼로티 감독은 올 시즌 들어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A매치 등 빡빡한 일정 때문에 온전히 한 경기만을 위해 전체 팀과 함께 일주일 동안 훈련해보지 못했다.
■포메이션 변화, 공격수 네 명 기용
안첼로티 감독은 지금까지의 4-3-3 시스템 대신 4-2-3-1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 4-3-3 시스템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각각 세 명씩 배치한 반면 이번 경기에서는 과르디올라의 4-1-4-1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로 레반도프스키, 로번, 리베리, 그리고 뮐러까지 총 네 명의 공격수를 동시에 기용했다. 특히, 뮐러는 시즌 처음으로 사이드 포지션을 벗어나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인 셰도우 스트라이커를 맡아 중앙에 배치됐다. ‘로베리(Robbery)’ 콤비로 불리는 로번과 리베리도 약 9개월 만에 함께 선발 출전했다. 이번 경기에서 이 네 명의 공격수는 유기적인 패스 및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인케스 및 과르디올라 시절에 볼 수 있었던 창의적이고 짜임새 있는 공격을 선보였다. 그 동안 경기당 평균 20개의 크로스를 기록하며 지나치게 크로스에 의존하는 효과적이지 못한 공격으로 질타를 받은 뮌헨이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중앙을 이용한 빠른 패스와 침투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혔다. 이 결과, 이 네 명의 공격수는 뮌헨이 기록한 모든 골을 합작하며 동시에 레반도프스키의 마인츠 원정경기 네 경기 연속 멀티골이라는 대기록을 자축했다.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로번 또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세 번의 성공적인 드리블 돌파와 총 60번의 볼터치를 기록했으며 80%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대성공, 토마스 뮐러의 보직 변경
뮐러의 셰도우 스트라이커 변신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전술 변화 중 하나였다. 뮐러는 안첼로티 감독이 부임한 뒤 지속적으로 측면 공격수로 배치됐다. 경기에 최대한 많이 관여하기를 원하는 뮐러의 입장에서 윙이라는 포지션은 그의 뛰어난 축구센스와 공격본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자리였다. 올 시즌 처음으로 중앙에 배치된 뮐러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팀 내 최다 거리를 뛰며 성공적으로 셰도우 스트라이커 및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총 77번의 볼 터치를 통해 동료들의 기회를 창출했으며 자신도 팀 내 최다 유효슈팅(3회)을 기록하며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정확한 크로스를 통해 로번의 역전 헤딩골을 도운 장면과 전반 12분 절묘한 볼 컨트롤을 통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든 장면이 압권이었다. 물론, 이번 경기에서도 뮐러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고 분데스리가 15시간 무득점이라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뛰어난 경기력으로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의 극찬을 받았다. 멀티골을 기록한 레반도프스키는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전술을 통해 공격 옵션이 다양해 졌다. 중앙을 통한 공격이 많이 이뤄졌고 이것이 효과적으로 통했다”며 “뮐러가 바로 내 뒤에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중요하다. 물론, 그도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뛰는 것이 2선에서 침투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로번 또한 “4-3-3 시스템에서 세 명의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경기를 하다 보면 가끔씩 전체적인 팀의 밸런스가 무너질 때가 있다”며 “뮐러가 10번 역할을 하는 전술에서 우리는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오늘과 같은 공격패턴은 지난 몇 주간 우리가 해내지 못한 것이다. 이 전술이 성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뮐러 역시 “오늘 경기에서는 내가 많이 관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필립 람과 티아고 알칸타라와 함께 이상적인 삼각편대를 구축 할 수 있었다”며 “경기 전, 감독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기뻤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자리에서 뛸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로 보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많은 선수 및 팀 관계자들이 새로운 전술과 포지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안첼로티 감독 또한 경기가 끝난 후, 어떤 자리에서도 제 역할을 해주는 뮐러의 뛰어난 능력과 높은 축구지능을 극찬하며 팀의 좋은 경기력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첼로티의 다음 카드는?
현지 팬들과 언론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뮌헨이 다음 경기에서 어떤 전술을 선택하느냐이다. 뮌헨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뮌헨의 주장 람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에 안첼로티 감독과 전술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물론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이번 경기에서 4-2-3-1 시스템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사비 알론소가 부상으로 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해석하면 안첼로티 감독에게 4-2-3-1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아니라 대안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우려해서인지 칼-하인츠 루메니게 바이에른 뮌헨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격수 세 명을 기용하거나 이번 경기에서처럼 뮐러를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내려서 기용할지 등의 전술적인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달렸다”면서도 “안첼로티는 카테나치오만 주구장창 쓰는 보통의 이탈리아 감독들과는 다르게 상황에 맞춘 다양한 전술을 쓰는 감독”이라는 말로 전술의 다양성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과연 안첼로티 감독이 당장 내일(7일)로 다가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4-2-3-1 카드를 꺼내 들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4-3-3을 고집하며 본인 스타일의 축구를 이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마인츠와의 경기가 끝난 후에도 안첼로티 감독이 새롭게 적용한 4-2-3-1 전술이 과거 과르디올라의 4-1-4-1과 유사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아예 다른 성격의 포메이션이 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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