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사장(사진)이 '20년 장수 CEO'라는 보기 드문 타이틀을 얻게 됐다. 김 사장은 당초 정년 60세가 되는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임이 확정되면서 '직장인의 신화'를 완성했다.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은 BMW코리아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1995년 BMW코리아 출범 당시 재무담당 상무로 합류해 2000년 BMW그룹 최초의 현지인 사장으로 선임됐다. BMW는 외국 회사의 최고책임자를 현지인에게 맡기지 않고 있다. 외국에 진출할 때 일반 직원들은 현지에서 고용하지만 총책임자만큼은 본사에서 직접 파견하는 게 원칙이다. 순혈주의를 강조해온 BMW가 법인사장에 한국인을 맡긴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상고 출신을 사장으로 내세운 건 그의 남다른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높은 성과를 인정받고 부장, 이사로 승진을 거듭해 1994년 한국신텍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충북 음성에 제약공장을 지을 때는 갖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해 인가를 얻었다. 재무 전문가가 그런 역할을 해내자 신텍스 본사에는 "굉장히 이상한 파이낸스 디렉터가 한국에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1994년 한국신텍스가 스위스 로슈에 매각돼 1995년 BMW코리아 재무담당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직 후 얼마 뒤 찾아 온 외환위기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당시 다른 회사들이 한국시장을 축소할 때 김 사장은 본사에 "BMW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 아니라면 오히려 지금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설득했다.
사장 취임 당시 1600대 수준이던 판매대수는 지난해 4만8000여대로 30배 가까이 늘었다. 브랜드 역시 이름값이 올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김 사장은 "3500명 전 직원이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움직이고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 결과"라며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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