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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많은 홍콩에 왜 유니콘 기업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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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동산 수익 좋아 리크스 큰 벤처기업 필요성 못 느껴

홍콩의 최고 부호 리카싱(사진=블룸버그뉴스).

홍콩의 최고 부호 리카싱(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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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 3099억달러(약 353조9000억원)를 기록한 홍콩에 왜 '유니콘(unicornㆍ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웃도는 비상장 신생 기업)'은 하나도 없을까.

미국 뉴욕 소재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현재 세계 전역의 유니콘은 166개다. 경제 규모가 홍콩보다 훨씬 적은 체코ㆍ룩셈부르크에도 유니콘이 하나씩 있다.
홍콩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관문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경기 위축으로 현재 홍콩의 경기 성적은 아시아 꼴찌군에 속해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에 유니콘이 없는 이유를 문화환경에서 찾는다. 홍콩인들은 리스크가 큰 벤처 기업보다 탄탄한 금융ㆍ부동산 기업의 철밥통 같은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생업체들이 곧잘 노리는 소매 부문은 리카싱(李嘉誠)ㆍ리샤우키(李兆基) 같은 몇 안 되는 거부가 장악하고 있어 도전이 쉽지 않다.

홍콩대학 경영학과의 알리 파르후만드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홍콩인들의 경우 리스크 도전 정신이 매우 약하다"며 "젊은이들조차 낡은 틀 안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창조ㆍ혁신을 강조하는 파르후만드 교수의 강좌에 등록한 학생 대다수는 중국 본토와 해외에서 온 이들이다.
기업가정신의 결여는 외부 벤처캐피털의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투자정보 제공업체 피치북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신생 기술 업체들이 끌어 모은 벤처캐피털은 2억6600만달러다. 이는 싱가포르의 신생 기술 업체들에 돌아간 자금의 3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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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자리잡은 컨설팅업체 프레킨은 올해 들어 지난 5월 중순까지 홍콩의 기술 업체들이 10건의 벤처캐피털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503건, 한국의 51건, 싱가포르의 37건, 일본의 36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홍콩에는 많은 자금이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부호 일가의 돈이지 기관의 돈이나 '스마트머니(장세 변화를 신속히 파악해 움직이는 자금)'가 아니다. 더욱이 돈 많은 이들은 기술에 정통한 투자자가 아니다. 이들은 부동산이나 금융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14년 홍콩의 GDP에서 금융, 보험, 부동산, 전문 비즈니스 서비스업이 차지한 비중은 28%다. 홍콩의 10대 부자가 현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인도의 5.2%, 중국의 1.4%에 비해 매우 높다.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 소유의 비상장 투자업체 허라이즌스벤처스(維港投資)에 따르면 현지에서 금융ㆍ부동산은 수익이 매우 짭짤한 시장이다. 그러니 굳이 혁신할 필요가 없다. 홍콩에서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이들 부문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

홍콩 정부는 창업문화를 진작하기 위해 애써왔으나 성과가 별로 없다. 대표적인 예가 서쪽 중심가의 대규모 사이버포트(數碼港) 개발 계획이다.

총 130억홍콩달러(약 1조9140억원)가 투입된 사이버포트 프로젝트는 기술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는 리카싱의 차남인 리쩌카이(李澤楷)다. 그는 1999년 경쟁 입찰 없이 프로젝트를 따냈다.

2000년 외국인 직접 투자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출범한 홍콩 정부기관이 '인베스트홍콩(投資推廣署)'이다. 인베스트홍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1558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3721명을 고용 중이다. 지난해 스타트업 증가율은 46%를 기록했다.

인베스트홍콩 산하 스타트업 전문 포털 '스타트미업홍콩'에서 투자자 관계를 담당하는 천제언(陳傑恩) 실장은 "사이버포트가 매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사이버포트의 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업자 중 홍콩 현지인의 비율은 줄었다. 2014년 60%에서 지난해 57%로 감소한 것이다.

홍콩 정부는 현지에 벤처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은 지난 1월 개인 자금이 스타트업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20억홍콩달러의 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베스트홍콩의 접근법은 조금 다르다. 홍콩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광둥(廣東)성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천 실장은 "광둥성 선전과 가까운 홍콩이 제조업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운드브레너는 손목에 차는 메트로놈 제조 업체다. 사운드브레너는 애초 독일에 자리잡았으나 홍콩으로 이전한 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사운드브레너의 플로리안 지멘딩거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으로 이전하니 중국의 공급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게다가 홍콩은 선전과 두 시간 거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둬치테크놀로지스(多奇科技)는 6~12세 아동용 스마트워치 개발 업체다. 둬치의 아동용 스마트워치는 화상ㆍ음성 통화에 위치추적 및 긴급경보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홍콩 현지인 첸화저우(錢禾洲)가 창업한 둬치는 크라우드 펀딩과 개인 투자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는 "홍콩인들의 경우 너나할것없이 당장 수익을 원할 정도로 실리적"이라며 "스타트업에 참여하려면 배짱이 두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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